[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인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카카오 계열사를 조율하는 조직의 수장에 이름을 올린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그는 사회의 맹점을 찾고 해결하는 ‘사회적기업가’ 관점을 카카오에 제공해 회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정하고 이에 따른 구조조정 작업 등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 김정호, 위기의 카카오 '더 나은 방향' 이끌 조타수로

▲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 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향후 펼칠 활동이 주목된다. <카카오>


카카오는 25일 김 이사장을 카카오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CA협의체 경영지원 총괄에 임명했다.

브라이언임팩트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김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취임했다. 

김 이사장이 이번에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에 이름을 올린 것은 카카오 계열사를 조율하는 기구의 수장을 맡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IT업계에선 김 이사장이 사회적기업가의 관점으로 카카오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구분 짓는 의사결정을 도울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카카오는 위기에 빠져있다. 우선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재무적 위기가 오면서 계열사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덕적으로도 위기다. 경영진의 일탈행동이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기업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 카카오는 사회가 하면 안되는 것으로 규정한 영역이 있더라도 일단 해보자는 ‘벤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카카오가 그 가치를 증명한다면 사회가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카카오 리더들은 벤처기업 특유의 과감함과 영민함으로 카카오를 국내 대표 IT기업으로 키웠다.

그런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카카오는 그 규모나 영향력에서 더 이상 벤처기업이라고 부르기 힘든 조직이 됐다.

일단 일을 벌이고 사후에 수습하려고 할 때의 파급력도 전과는 달라졌다.

동시에 카카오라는 브랜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앞세워 어떤 영역에서든 쉽사리 1등을 하는 영향력이 옳은가 하는 물음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에 카카오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옥석가리기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일에 김 이사장이 앞장 설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공동창업자 출신 김정호, 위기의 카카오 '더 나은 방향' 이끌 조타수로

▲ 2023년 7월 EBS 초대석에 발달장애인 사회적기업 대표로 출연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라는 주제로 강연한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


김 이사장은 1세대 IT기업가 출신으로 업계의 생태를 누구 못지않게 꿰고 있다.

그는 1999년 이해진 네이버 투자책임과 함께 네이버를 공동창업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동시에 사회적기업가로서 시각도 쌓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2010년 네이버에서 은퇴하고 지분을 정리한 뒤 10년 넘게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베어베터를 운영해왔다.

사회적기업가로서 어떤 일이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그렇지 않은 일인지를 고민해 온 것이다.

사회적기업가 속성은 카카오 성공의 원동력인 벤처기업 정체성과 배치되지 않는다.

카카오 역시 기존에 없었지만 꼭 필요한 메신저서비스 ‘카카오톡’을 제공하면서 국민의 삶을 전보다 나이지게 만든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 CA협의체를 4인 총괄체제로 개편했다.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이 경영지원을 맡고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사업, 권대열 카카오 정책센터장은 위기관리,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투자를 맡는 등 부문별 총괄 대표에게 일임하는 CA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CA협의체는 카카오 계열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컨센서스를 이루고 고민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은 각 계열사와 임원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그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오랜 지인이기도 한 만큼 그의 조언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김 이사장은 김범수 창업자와 함께 삼성SDS에서 근무하면서 PC통신 유니텔 서비스를 만든 적이 있다.

김범수 창업자가 1999년 한게임을 창업했을 당시 투자유치를 도왔으며 이후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에도 깊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