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주도의 다자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2030년까지 기후변화 대출을 3배가량 늘린다. 사진은 베이징에 위치한 AIIB 본부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다자개발은행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2030년까지 매년 기후변화 대출을 지금보다 3배 늘리겠다는 계획을 곧 발표한다. 2020년 대에만 대출, 인프라 및 펀드 투자 등 기후금융을 66조 원 이상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주도의 AIIB는 25일부터 이틀 동안 이집트에서 열리는 AIIB 연례회의에서 ‘기후행동계획(climate action plan)’을 발표한다.
AIIB의 기후행동계획은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관한 연간 대출 규모를 2030년까지 3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20년 석탄화력발전소 및 기타 석탄 관련 프로젝트에 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던 AIIB의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대니 알렉산더 AIIB 정책 및 전략담당 부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 계획이 실행되면 기후금융이 AIIB 대출의 최우선 순위가 되며 은행이 지출할 자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부사장은 “(AIIB의) 기후금융은 2022년 26억 달러(약 3조4660억 원)에서 2030년 70억 달러(약 9조3320억 원)~80억 달러(약 10조6650억 원)가 될 것”이라며 “2020년대에 AIIB가 제공하는 기후금융은 500억 달러(약 66조825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AIIB는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관한 대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여러 가지로 구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다른 다자 대출 기관과 공동 자금 조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AIIB는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함께 다수의 거래에 44억 달러(약 5조8630억 원)를 지원해왔다. 이와 유사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AIIB의 기후행동계획에는 민간 부문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에 관한 대출과 아시아 및 그 밖의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 투자도 포함된다.
또 AIIB의 대출은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프로젝트 이외에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즉 기후적응에 관한 프로젝트에도 이뤄진다. 향후 30~40년 동안의 기온 상승에 대비해 회복력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AIIB 기후행동계획의 잠재적 영역에는 해안 홍수에 관한 장벽으로 맹그로브 습지를 복원하는 중국의 해안 복원 프로젝트와 같은 ‘자연 기반 솔루션’도 있다. AIIB는 해안 홍수를 줄이는 데는 콘크리트보다 늪을 복원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AIIB가 기후 관련 금융에 초점을 맞춘 것은 국제금융 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으려는 그들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바라봤다.
설립 당시 미국의 반대에 부딪히고 올해 캐나다 정부가 탈퇴를 선언한 뒤 AIIB는 국제금융기구로서 위상에 의문을 받고 있었다.
AIIB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기반시설 구축 지원을 목적으로 한 다자개발은행으로 2016년 출범했다.
그러나 AIIB가 사실은 미국 주도의 국제금융 체제에 대응해 중국 중심의 경제권역을 조성하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중국의 대외 전략 가운데 하나로 알려지면서
미국은 당시 AIIB 설립을 강하게 반대했고 일본도 참여하지 않았다.
AIIB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인도, 영국, 프랑스, 호주 등 106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AIIB의 의결권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다.
알렉산더 부사장은 “다수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시아 국가에서 나온다”며 “기후변화와의 세계적 싸움은 아시아에서 승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