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 사실상의 'TSMC 지원법' 통과, 대만 반도체기업 투자에 세금 감면

▲ 미국 상원에서 TSMC 등 대만 기업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해 세금을 대폭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의회 의사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대만 기업의 시설 투자에 세금을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사실상 TSMC의 애리조나 공장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현지시각으로 14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는 이날 대만과 경제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대만 기업에 적용되던 이중과세를 해소해 미국에 더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이전까지 미국에 투자하는 대만 기업은 이중과세 문제로 두 국가에 모두 세금을 내야만 했다. 따라서 더 많은 비용 부담을 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대만 과세 문제와 관련한 법안이 통과된 것은 공식적으로 대만을 중국과 독립된 별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외교 및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은 세금 정책을 두고 일반적으로 크게 엇갈린 시각을 보인다”며 “하지만 대만을 지원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힘을 합친 것”이라고 바라봤다.

해당 법안은 사실상 TSMC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 시설 투자를 벌이고 있는데 대만 기업에 대한 미국의 이중과세 문제가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되어 왔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TSMC가 애리조나 공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한 실질적 세율은 5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대만 국적의 TSMC 미국 공장 근무자도 이중으로 세금을 내야만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삼성전자는 한국과 미국의 과세 협약으로 훨씬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반면 TSMC는 비용 문제로 미국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TSMC는 이러한 약점을 안고 있는 상황에도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이에 화답해 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계기로 최근 들어 지연되고 있던 TSMC의 미국 공장 가동에 다시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TSMC는 애리조나 반도체공장의 시설투자 및 운영 비용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공장 가동 시기를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늦춰 내놓았다.

이중과세 문제가 해소되면 비용 측면에서는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미국 상원 사실상의 'TSMC 지원법' 통과, 대만 반도체기업 투자에 세금 감면

▲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사진. < TSMC >

미국 정치권은 그동안 대만 기업의 과세 문제 해결을 두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중국에서 이에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큰 만큼 관계가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를 비롯한 분야에서 무역 전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TSMC의 투자 확대를 이끌어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이 미국 공장 투자를 축소하고 일본과 유럽에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점도 법안 통과를 가속화한 것으로 보인다.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장은 “대만 기업의 투자 기회를 이중과세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빼앗길 수는 없다”며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지원을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법안 통과에 즉각 반발하는 입장을 내며 “어떠한 국가도 중국의 일부인 대만과 경제 및 무역 협력을 개별적으로 논의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이 정식으로 시행되려면 상원 외교위원회와 법안 내용을 조율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받는 등 절차가 필요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상원의원들은 해당 법안의 시행 가능성을 대체로 높게 바라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2024년 가동을 목표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다. TSMC가 애리조나 공장 가동 일정을 늦추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TSMC가 세금 부담을 덜고 반도체 시설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낸다면 미국 내 주요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 수주를 놓고 더욱 치열한 경쟁 환경이 펼쳐지게 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