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함영주 회장이 새로 취임했고 JB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 김기홍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KB금융지주는 이날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 등 압축 후보군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종 회장 후보를 확정한다.
금융권에서는 DGB금융그룹 계열사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성과가 김 회장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절실한 것은 DGB금융그룹만이 아니다. 금융당국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무척이나 바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 주문에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핵심 대책으로 제시한 만큼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성과물이 절실하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무사히 마치고 나아가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깰 수 있는 ‘메기’로 성장 가능성까지 보여준다면 금융당국도 체면을 세울 수 있다.
반면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성과와 무관하게 김 회장의 연임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금융권에 적지 않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장기 집권을 이어온 4대 금융지주 회장 대부분이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김 회장도 이런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회장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의 회장이 모두 교체됐다.
BNK금융지주도 올해 빈대인 회장이 새로 취임했지만 당초 규정상 김지완 전 회장의 재연임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다른 금융지주와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BNK금융지주는 2019년 3월 정관을 바꿔 회장 연임을 1번으로 제한했다.
김 회장은 2018년 5월 DG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했고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DGB금융그룹을 5년 넘게 이끌면서 지배구조 개선, 비은행 강화 등 부문에서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동시에 2021년 12월 캄보디아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2년 가까이 재판을 받는 등 과실도 있다.
김 회장의 연임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지주 회장 장기집권 시대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구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결국 ‘관치’가 작용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 KB금융지주는 이날 압축 후보군 3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최종 회장 후보를 확정한다. 사진은 차례대로 김병호 베트남 호찌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금융지주 회장이 장기 집권하게 되면 회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이를 견제할 세력은 점차 약해지면서 지배구조가 취약해질 수 있다. 물론 회장이 길게 임기를 이어가면 해외 진출이나 인수합병 등 전략이 필수가 된 상황에서 사업의 연속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며 사실상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 만큼 금융지주 장기 집권 시대가 저문 것도 결국 ‘관치’의 결과라고 평가하는 의견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 새 회장에 관료 출신이 올랐다는 점은 이런 의견에 힘을 싣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는 등 방식으로 사실상 금융지주에 회장 교체를 은근하게 압박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용퇴를 두고 ‘존경스럽다’고 말한 것이나 각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또 7월 은행권과 은행금융지주 및 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하반기 최종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