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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3-08-15 16: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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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 2021년 복원된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로2길 17 앨버트 테일러 가옥(딜쿠샤) 모습. <서울특별시 공식 블로그> 
[비즈니스포스트] 서울시 종로구 행촌동 인왕산 아래에는 평범한 듯 눈길이 가는 2층 빨간벽돌 집이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 서울 앨버트 테일러 가옥이다. 

앨버트 테일러는 1919년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AP통신사 특파원이다. 앨버트 테일러와 그의 가족은 1923년 이 집을 지으면서 페르시아어로 기쁜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딜쿠샤((DILKUSHA)’라는 이름을 붙였다.

100여 년 전 이방인 가족이 살던 이국적 이름의 이 집은 이제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2023년 8월15일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서울을 비롯한 도심 곳곳의 역사문화유산과 장소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 1926년 화재가 발생하기 이전의 딜쿠샤.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
딜쿠샤는 서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내려 자주독립의 염원을 담은 ‘독립문’을 지나 14분 정도를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미국인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는 1923년부터 일제강점기 말까지 딜쿠샤에 살았다. 그는 3·1독립선언서를 갓 태어난 아들의 침대 아래 숨겨뒀다가 일제의 눈을 피해 해외에 알렸고 일제의 제암리 학살사건, 고종의 국장 등도 취재해 세계에 전달했다.

앨버트 테일러는 그 뒤 1941년 서대문형무소에 6개월 동안 수감됐다가 1942년 조선총독부의 강제추방령에 따라 미국으로 떠났다.
 
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 앨버트 테일러 가족의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한 딜쿠샤 1층 거실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딜쿠샤는 그 뒤 소유주가 바뀌면서 공동주택으로 사용되다 2006년 앨버트의 아들 브루스 테일러가 딜쿠샤를 찾으면서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딜쿠샤 복원사업을 진행해 2021년 일반 대중에 개방했다.

딜쿠샤는 1층 내부 거실은 테일러 부부가 살던 당시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내부 탁자와 시계, 벽난로, 은촛대, 꽃병, 거울 등이 그대로 배치됐다. 가구들도 1800~1900년대 초반 고가구를 구매하거나 직접 사진 모습대로 제작해 배치했다. 

딜쿠샤에 조성한 전시실에서는 일제강점기 한국에 살았던 외국인 부부의 생활, 테일러의 언론활동 자료들, 집안일을 도왔던 공 서방에 관한 이야기 등도 볼 수 있다.

서울시 중랑구에는 유관순 열사, 안창호 선생을 비롯한 19명의 애국지사의 묘역이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이 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일제강점기 공동묘지로 설치된 곳을 역사문화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한 곳이다.
 
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로91길 2 망우역사문화공원 모습. <망우역사문화공원 홈페이지>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 안중근 의사의 흉상과 전시실 등이 있는 중랑망우공간 건물을 지나면 애국지사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인물들의 얼굴이 새겨진 인물가벽이 나온다.

가벽을 넘어 망우산 숲길로 들어서면 짧게는 2~3km, 길게는 6~7km 거리의 탐방코스들이 펼쳐진다. 역사를 따라, 자연을 따라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망우리’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능지(陵地)로 결정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 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일제가 정한 공동묘지 외에는 묘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1933년 망우리 공동묘지가 조성됐다.

1990년대 들어 망우리공원에 묻힌 위인들의 얼을 기리자는 움직임이 시작됐고 1997년부터 독립운동가와 문학인 등 위인들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망우리공원은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됐고 2020년 중랑구가 서울시로부터 관리권을 이관받아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해 2022년 개관했다.
 
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 서울시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애국지사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인물들의 얼굴이 새겨진 인물가벽. <중랑구청 홈페이지>
망우역사문화공간에 위치한 중랑망우공간은 2022년 제40회 서울시 건축상에서 건축우수상과 시민공감특별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 건축상은 건축의 공공·예술·기술적 가치를 구현해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우수 건축물을 발굴하는 상이다. 앞서 2013년에는 서울시 종로구에 세워진 윤동주문학관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적이 있다.
 
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 경기도 남양주시 경춘로 946에 세워진 '리멤버 1910' 기념관에 걸려있는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과 여섯 형제의 이름과 초상화. <남양주시 홈페이지>
서울을 떠나 경기도 남양주에는 독립운동가 이석영 선생의 뜻을 기리는 이석영 광장과 ‘리멤버 1910’ 기념관이 있다.

최근 요르단 잼버리 대원 38명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공식 일정이 끝난 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경기도 남양주 ‘리멤버 1910’을 찾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석영 선생은 조선 고종 때 이조판서였던 이유승의 둘째 아들이다. 이석영 집안은 선대가 대대로 정승, 판서를 지낸 명문가였다.

일가의 재산도 엄청났다. 

이석영 선생을 비롯한 이유승의 여섯 형제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자 넷째 이회영 선생의 뜻에 찬성해 당시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만주로 이주했다. 여섯 형제가 한 뜻으로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하면서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쳤다. 

이석영 선생은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의 양자로 집안의 재산 대부분을 물려받았는데 동생 이회영 선생과 뜻을 같이 해 막대한 재산 모두를 독립활동 자금으로 내놓았다.

이석영 형제는 급하게 재산을 처분하면서 당시 40여만 원을 모았는데 이는 현재 가치로는 600억~8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석영 일가의 재산은 수조 원 수준이었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왕산 벽돌집 '딜쿠샤'에서 중랑 망우공간까지, 도심 속 배어있는 광복의 역사
▲ 경기도 남양주시 경춘로 946 '리멤버 1910' 기념관에 있는 남양주 출신 독립운동가 102명의 명단을 새긴 ‘독립의 계단’. <남양주시 홈페이지>
리멤버 1910 기념관에는 이런 이석영 선생을 비롯해 남양주 출신 독립운동가 102명의 명단을 새긴 ‘독립의 계단’, 역사법정, 역사감옥, 미디어홀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는 해마다 광복절에 독립지사를 기리고 광복의 기쁨을 나누는 시민역사문화축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31일까지 독립운동가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유품을 특별공개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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