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CEO 밥 아이거 임기연장과 구조조정 의미는, 애플과 '빅딜' 가능성

▲ 밥 아이거가 추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이 디즈니를 애플에 팔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12일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억만장자 사교모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밥 아이거 디즈니 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앞으로 수 년 동안 경영을 총괄하며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디즈니의 재무구조 개선에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애플과 같은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는 '빅딜'을 추진하기 위해 경영에 완전히 복귀하게 된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1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밥 아이거는 최근 ABC와 FX, 프리폼 등 디즈니가 보유하고 있는 여러 TV채널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하고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디즈니가 막대한 투자를 벌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비용 감축을 위해 TV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TV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디즈니가 여러 TV채널을 성공적으로 매각한다고 해도 재정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디즈니가 TV채널 판매를 통해 약 80억 달러를 확보해도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영화의 흥행 참패와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 수 감소 등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즈니는 회계연도 3분기에 디즈니플러스와 훌루 등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8억 달러(약 1조120억 원) 안팎의 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밥 아이거가 디즈니 TV채널을 매각하는 일은 시장에 보내는 조난 신호와도 같다”고 평가했다. 회사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디즈니가 앞으로 재정 손실을 극복하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사 전체를 매각하는 일이 최선의 방안일 수 있다는 의견마저 나온다.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투자은행 니덤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애플과 같은 기업이 디즈니를 인수하는 일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긍정적인 결과일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애플이 디즈니를 인수하기 충분한 규모의 자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디즈니의 콘텐츠 지식재산(IP)과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및 하드웨어 사업이 서로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니덤의 분석가 로라 마틴은 “디즈니를 지탱하던 3대 사업인 영화와 TV, 테마파크까지 모두 부침을 겪고 있다”며 “3년 안에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디즈니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전했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 임기연장과 구조조정 의미는, 애플과 '빅딜' 가능성

▲ 투자은행이 앞으로 3년 내에 디즈니가 애플에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밥 아이거 디즈니 CEO의 임기 연장과 맞물리면서 그가 인수작업을 위해 임기를 늘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시됐다. 사진은 지난 6월5일 애플의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비전프로'를 소개하는 시간에 등장한 밥 아이거의 모습. <유튜브 갈무리>

투자은행이 디즈니에 3년이라는 매각 시한을 제시했다는 점이 밥 아이거의 CEO 계약기간 연장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그의 임기가 2026년까지인 만큼 디즈니를 애플에 매각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물러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밥 아이거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디즈니 CEO를 맡은 뒤 사임했는데 2022년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그는 디즈니가 자신의 후임을 찾을 때까지 2년 동안 경영을 총괄하고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밥 아이거는 최근 디즈니와 CEO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비롯한 여러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 임기를 늘린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밥 아이거는 2022년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7천여 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정리해고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인력 감축에 이어 TV채널을 매각해 디즈니의 몸집을 줄이는 일은 결국 회사를 매각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밥 아이거가 디즈니를 매각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구조조정 규모를 보면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애플의 디즈니 인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밥 아이거가 과거 애플의 이사회에 합류한 적이 있고 디즈니가 애플에서 픽사를 인수하는 작업을 주도했다는 점도 그가 애플과 인수합병 논의를 진행할 최적의 인물이라는 평가에 힘을 싣는다.

그는 6월 열린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 출시 행사에도 예고 없이 등장해 애플과 콘텐츠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밥 아이거가 장기간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디즈니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뒤 후임자에 경영을 물려주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는 해석도 고개를 든다. 

애플의 기업 역사상 디즈니와 같은 거대 기업을 완전히 인수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디즈니가 스포츠 전문채널 ESPN 등 일부 자산을 애플에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훨씬 현실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밥 아이거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후임자가 올 때까지 디즈니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이사회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앞으로 승계를 비롯한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