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 직원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경영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추는 사이 내부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와 올레드(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실적 반등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으로서는 이제 직원들을 다독일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실적 개선 보이니 '내우', 직원 사기 다독여야 할 과제 안아

▲ LG디스플레이가 회사의 체질개선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충을 충분히 신경쓰지 못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2022년 2분기부터 진행되던 LG디스플레이의 분기 적자행진이 이르면 2023년 하반기에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부터 삼성전자에 올레드(OLED) 패널을 공급하기 시작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호재를 앞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0만 대, 2024년 150만~300만 대 수준의 올레드 패널을 삼성전자에 공급할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2024년에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패널에서 LG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높아져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중소형 올레드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출시될 아이폰15용 올레드 패널에서 지난해(점유율 20%) 대비 2배 증가한 40%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해 하반기부터 점차 실적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문으로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 패널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호영 사장이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틴 결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4분기 1조6천억 원 규모의 재고 조정을 단행했고 올해 1분기도 1조 원의 비용 절감을 추가로 진행했다. 7세대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사업 종료, 중국 8세대 LCD 생산 50% 감축 등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체질개선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의 내부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근무하는 LG디스플레이 A팀장이 여의도 한강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고인이 팀장으로 승진한 뒤 과도한 업무 부담에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호영 사장이 23일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책임져야 할 문제가 있다면 회피하지 않겠다. 사외이사진 주도로 독립적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직원들은 여전히 동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는 '정호영 사장이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을 위해 직원들에게 과도한 압박을 줬다' '많은 직원들이 업무 과다, 잦은 야근, 주말 출근 등에 시달리고 있다'는 요지의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영진이 경영지표 개선에 신경을 쓰면서 직원들의 사기와 마음을 다독이는데 소홀히 했던 점이 이번 사망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8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한상범 부회장이 실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퇴진한 뒤 정호영 사장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생활건강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무전문가로 알려진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를 살릴 적임자로 낙점된 것이었다. 

정 사장은 당시 유사 조직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등의 ‘조직 슬림화’를 실시해 전체 임원·담당 조직의 약 25%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LG디스플레이는 새 대표이사를 선임한지 하루만에 감원 조치가 발표되며 약 3천여 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당시 재계에는 '인화'를 강조하던 LG그룹이 완전히 변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정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2023년 대표이사 연임에도 성공했다.

정 사장은 이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비슷한 방식의 체질개선을 추진했지만 결국 직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이르면서 정 사장의 경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정 사장 스스로도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 사장은 “CEO로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업무와 애로사항에 대해 얼마나 신경 써 왔는지,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한 진단과 개선을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해왔는지 뼈아픈 성찰을 하고 있다”며 구성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데 소홀했다고 반성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