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월드컵 대한민국팀 공식 운영사로 홈리스들과 홈리스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다. 문영수 빅이슈 판매원(왼쪽)은 2015년 빅이슈코리아와 인연을 맺고 2017년 노르웨이 대회에 참여했으며 오현석 빅이슈 판매원(가운데)는 2010년 브라질 대회에 참여해 현재까지 빅이슈를 판매하고 있다. 안병훈 빅이슈코리아 본부장(오른쪽)은 2010년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빅이슈코리아에서 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홈리스(Homeless)', 거리 노숙 상태에 놓여있는 자나 비주택·비적정 주거 거주민 등 주거취약계층을 의미하는 말이다.
'월드컵'. 4년마다 세계 최고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가리는 국가대항전이다.
그러면 '홈리스월드컵'은 뭘까? 현재 개봉 중인 영화 '드림' 그리고 이 기사 속에 답이 있다.
4월26일 개봉한 영화 드림은 1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09만 명을 기록하며 올해 '유이'하게 관객 100만 명 이상을 동원한 국내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1626만 관객을 동원한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아이유, 박서준 등 인기배우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영화 드림은 좋은 인간으로 거듭나는 괴짜 축구선수 윤홍대(박서준 분)나 열정페이 탓에 열정을 페이에 맞췄다는 PD 이소민(아이유 분)의 성장 스토리만큼이나 빅이슈 판매원(빅판)들이 홈리스월드컵 출전을 통해 자립의 기반을 닦아나가는 이야기로도 호평받고 있다.
이 영화는 201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홈리스월드컵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2010년 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홈리스들의 월드컵을 알게 된 이 감독은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닌, 실패할 줄 알면서도 계속 뛰는 이 사람들'을 극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2015년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홈리스월드컵에 따라가기도 했다.
이렇게 구상 13년만에 개봉된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을 서울 성수동에 있는 빅이슈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했다. 빅이슈 판매원 문영수, 오현석씨와 안병훈 본부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 속 캐릭터 여러 명에 여기저기 녹아 있다. 프라이버시 때문에 기사에 자세히 소개할 수 없지만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낸 영화 속 일화들은 거의 실화였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이들의 삶은 홈리스월드컵, 빅이슈와 함께 서서히 달라졌다.
안 본부장은 “홈리스월드컵을 다녀오신 분들은 그 경험을 토대로 취업, 가정회복, 임대주택 입주 등 실제 자립으로 향해가는 삶의 변화 의지가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홈리스월드컵은 세계 홈리스들이 참가할 수 있는 4인제 스트리트 사커(Street Soccer) 월드컵이다. 2003년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열린 1회 대회 이후 2019년 웨일스 카디프 대회까지 매년 50여개 국, 500여 명의 대표선수가 참여했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다가 2023년 7월 미국 새크라멘토에서 다시 시작된다.
홈리스월드컵 한국팀은 빅이슈코리아가 공식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빅이슈코리아가 발간하는 잡지 빅이슈를 판매하는 ‘빅이슈 판매원(빅판)’을 비롯한 홈리스들로 구성된다.
홈리스월드컵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홈리스월드컵 참여자 가운데 94%가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참여자 83%는 가족 및 친구와의 사회적 관계가 개선됐고 71%는 스포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노르웨이 오슬로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문영수 빅판은 “서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 본부장은 영화 드림을 통해 커진 홈리스를 향한 관심을 실질적 변화로 이어나가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홈리스월드컵의 한국 개최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 영화 '드림'은 2010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홈리스월드컵에 첫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사진은 '드림' 포스터. <네이버 영화> |
안 본부장은 “홈리스월드컵을 내년이나 내후년에 국내에서 개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아직 아시아에서 홈리스월드컵이 개최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빅이슈와 빅판들에게 홈리스월드컵 한국 개최는 단순히 국제 행사를 국내에서 여는 것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홈리스월드컵 한국 개최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 홈리스들이 기본권인 주거권을 보장받으며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큰 꿈이 담겨 있다.
홈리스월드컵은 홈리스의 문제를 주목 받게 해주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안 본부장은 “2012년에 돼서야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노숙인복지법)'이 생겼다”며 “다만 이 법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변화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복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법으로 인정하는 정책적 지원 대상 범위가 '노숙인 등'이라는 모호한 문구로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안 본부장은 “이 법에서는 조사관들의 조사 시점에 눈에 보인 거리 노숙인, 노숙인 관련 시설을 이용하는 분들, 쪽방 주민분들만이 '노숙인 등'으로 정책 지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노숙인 등'은 매우 좁은 범위의 대상만을 정책 지원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홈리스'라는 개념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현재 개념에서는 피시방, 찜질방, 여인숙 등 비주택 거주민과 비적정 주거 거주민 그리고 조사 시점에 보이지 않은 거리 노숙인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우리 법은 시설 중심의 홈리스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안 본부장은 “주거 문제는 주거를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결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점 역시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홈리스월드컵 한국 개최는 시민사회의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법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안 본부장은 “홈리스들은 당사자 운동이라는 측면에서 힘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고 법으로까지 영향을 미쳐 변화시키고 싶다”며 “홈리스월드컵을 국내에 유치하면 시민사회에서 더 큰 관심을 갖게 돼 정책적 부분에서도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홈리스월드컵은 월드컵만큼이나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출사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국이 티켓을 따내면 아시아에서는 첫 개최가 된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유치하더라도 개최를 하려면 많은 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 대한민국팀은 2010년 첫 출전한 홈리스월드컵에서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사진은 배윤식 빅이슈 판매원, 현지 관계자들, 조현성 대한민국팀 감독, 오현석 빅이슈 판매원, 구본춘 빅이슈 판매원이 2010년 홈리스월드컵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 <빅이슈코리아> |
안 본부장은 “2010년 홈리스월드컵 첫 참가 이후 많은 방송에서 빅이슈코리아와 홈리스월드컵이 소개됐고 많은 관심이 나왔지만 기업들의 펀딩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며 “기업의 기존 사회공헌 대상에 장애인, 아동, 여성 등은 있었지만 홈리스는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 홈리스월드컵 대표팀은 2017~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으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2020년에도 SK네트웍스로부터 후원을 약속받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와 비교하면 여전히 국내에서 홈리스월드컵을 향한 관심은 부족하다.
일례로 해외 유명 축구 관련 인사들이나 배우들은 직접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회나 공식 홍보대사(엠버서더)에 참여해오고 있다. 2014년 칠레 산티아고 홈리스월드컵 대회 후원사는 삼성 칠레법인이었다. 한국과 해외의 관심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홈리스월드컵 한국 개최에 30~50억 원가량이 필요한 만큼 기업들의 후원은 빅이슈코리아와 홈리스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안 본부장은 “빅이슈코리아가 13년 동안 빅이슈 판매원들의 잡지 판매를 통해, 홈리스월드컵 참가를 통해 일궈낸 가치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법은, 사회는 여전히 바뀌고 있지 않다”며 “그것을 바꾸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