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새 주인 누가 되나, 잠재후보 현대차 포스코 CJ 반응은 미적지근

▲ HMM의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들어간 가운데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적지근하다. 각자 사업적 시너지를 가지고는 있지만 매각 관련해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선듯 나서기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HMM 경영권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들어갔지만 재계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이 잠재적인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높은 인수가격, 영구채 상환, 해운운임 하락 등의 상황이 HMM 매각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경영권 인수에 나설만한 잠재적 후보로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해운산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4조 원에서 10조 원에 이르는 매각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앞서 HMM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7일 HMM 매각 자문사 선정을 마친 뒤 10일 첫 회의를 가지고 매각절차 논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잠재 후보군의 시너지와 자금조달 여력에 관심이 모인다.

우선 눈에 띄는 곳은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한때 몸을 담았던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김 사장은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등의 계열사를 거쳐 현대글로비스, 현대위아 등에서 각각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HMM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품에 안긴다면 자동차 운반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글로비스와 사업적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사업을 아우르는 해운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 20조8648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조달력에서 여유가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HMM 인수 의지가 전혀 없으며 모빌리티 운송에 집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 역시 HMM 경영권 인수 후보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기업이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1월 물류전문 자회사 포스코터미널(현 포스코플로우)를 출범시켜 각 계열사들의 물류 기능을 통합한 바 있는데 HHM 인수를 통해 물류역량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철광석 수입 및 철강제품 수출 등에서 벌크선 운송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는 HMM을 비롯해 대한해운, 팬오션, 에이치라인해운, 폴라리스쉬핑 등의 벌크선사 등과도 거래를 트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HMM은 철광석 운반에 쓰일 수 있는 건화물선의 선대 규모가 13척에 그치고 있다.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7월 내놓은 중장기 투자 계획에서 벌크선 선대 규모를 기존 29척에서 2026년 55척까지 늘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2022년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 8조531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포스코그룹은 2022년도 실적발표회에서 그룹의 사업 방향과 맞지 않아 HMM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CJ그룹은 HMM을 통해 물류자회사 CJ대한통운의 글로벌 운송망을 완성시킬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세계 각지에서 육상운송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HMM의 해상운송 역량이 더해진다면 글로벌 물류 운송망이 서로 연결될 수 있다.

다만 CJ그룹은 앞선 두 후보군과 비교해 자금 측면에서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다. CJ그룹의 2022년 말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4조213억 원이다.

인수후보군마다 사정이 있지만 HMM 경영권 매각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HMM의 매각과 관련해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해운업경기가 현재 역사적인 고점을 지나 내리막 구간에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컨테이너선운임 지표인 상하이콘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1월 5109.6포인트에서 956.9포인트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고운임 시대의 급등했던 HMM의 기업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HMM 주가는 호황기인 2021년 5월에는 5만1100원까지 상승했다가 11일 2만5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많이 내려간 상태다.

대주주가 보유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주식 전환 위험 역시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한국산업은행(지분 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지분 19.96%)은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총 2조6800억 원 보유하고 있다.

해당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상환된지 않고 주식으로 전환청구 된다면 두 대주주의 지분율 합계는 약 71.68%까지 상승한다. 해당 지분의 가치는 7조 원(11일 종가기준)을 넘어선다.

원매자로서는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를 HMM이 상환하는 것이 매각가격 측면에서나 향후 지분 희석 위험을 덜 수 있다. HMM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 15조 원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의 여유도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영구채 상환시기가 도래하면 상환을 시도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며 “다만 채권단 입장이 있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HMM 매각이 장기화 돼 HMM의 투자실행과 미래 전략수립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HM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애서 "매각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