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추천 등을 빼대로 한 삼성의 신입사원 채용 개편안은 백지화되었지만, 그 최대 수혜자는 성균관대인 것 같다. 삼성이 매긴 대학 서열에서 성균관대는 1위를 차지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내년에 성균관대 수능 컷트라인이 더 올라갈지도 모른다.


  오이 밭에서 신발 고쳐 신은 삼성  
▲ 삼성이 500억 투자한 성균관대 삼성학술정보관(중앙도서관) 건물, 책을 펼치고 있는 모양과 성균관대의 상징인 은행잎을 함께 나타냈다.
삼성의 총장 추천제가 백지화되어도 성균관대는 기분좋은 분위기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총장 추천제 이전에도 삼성그룹에 취업하는 졸업생들이 수백명이었기 때문에 이번 할당제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면서 "학교 내에선 큰 동요가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대학총장 추천제가 성균관대의 ‘오버 더 스카이’ 슬로건과 합작해 의도적으로 성균관대를 1위로 올리기 위한 ‘짜고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음모론적 시각도 나온다. ‘오버 더 스카이’는 2001년 성균관대 총학생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이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뛰어넘을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 배경에는 물론 삼성이 있다. 1등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한 만큼 성균관대도 1등을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이번 삼성의 대학총장 추천제는 1등 성균관대를 만들기 위한 삼성의 작품이라는 게 음모론 쪽의 얘기다.


지난해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서 성균관대는 1위를 했다. 이어 삼성이 매긴 총창 추천제에서도 성균관대는 서울대(110명)을 제치고 115명으로 1위를 했다. 그러자 성균관대 일부 동문들은 “드디어 오버 더 스카이의 꿈이 실현됐다”고 흥분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은 1996년 성균관대를 인수하여 그동안 1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2006년부터 삼성전자와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운영하면서 연간 50억원 규모의 장학금도 제공한다.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비롯해 글로벌경영학과나 글로벌경제학과 등 이른바 삼성 취업이 보장된다고 소문난 학과는 서울대 못지않게 수능 커트라인이 높다.


삼성이 성균관대에 투자를 하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인재보국’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당함이다. 과정이 정당하고 결과가 당당해야 한다. 그럴 때 1등은 더욱 빛이 난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다. 서울대는 중앙일보 평가에 몇 년째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성균관대 1위’는 과연 자랑스러운 것일까?


"오이 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삼성은 이 옛말을 충분히 되새김질 해봐야 한다. 그래야 ‘1등 삼성’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