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 별세, '제3의 물결' 어디까지 왔나  
▲ 앨빈 토플러가 2008년 11월28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선진사회 진입'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는 언제나 늘 빨리 다가올 뿐 아니라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The Future always comes too fast and in the wrong order).”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로 유명한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토플러가 수십 년 전 내놓은 예언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 그의 사망을 계기로 시대를 앞서간 예리한 통찰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27(현지시간)일 숨을 거뒀다고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이 29일 보도했다.

토플러는 1928년 뉴욕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뉴욕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뒤 용접공으로 일하며 노동현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신문사에 들어가 워싱턴 주재기자를 시작으로 펜실베이니아 지역 일간지에서 백악관 의회 출입기자를 거쳤으며 뉴욕으로 옮겨가 경제전문지 포춘에서 노동분야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토플러가 미래 정보기술에 대한 예지력과 통찰력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저널리스트 생활을 접고 IBM에 입사해 기업분야에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면서부터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충격’ ‘제3의 물결’ 등 10여 권의 저서를 펴내면서 일약 세계적인 미래학자로서 명성을 얻었다.

토플러는 1991년 펴낸 ‘권력이동’에서 권력의 3대 원천으로 폭력과 부, 지식을 들었다. 지식을 장악한 자가 진정한 권력을 소유하게 되고 그것이 가져올 차별과 폭력성을 예언했다.

2006년 내놓은 ‘부의 미래’는 ‘제3의 물결’을 넘어 제4의 물결의 도래를 예견한 저서다. 문화와 문명의 측면에서 부의 양극화를 조명하고 사회변화를 꿰뚫고 있는 책이다.

토플러는 국내에서도 다수의 저서가 출간돼 폭넓은 독자층을 보유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도 토플러 저서의 애독자로 알려졌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위기를 넘어서:21세기 한국의 비전’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전달하기도 했다.

토플러는 지금까지 10차례 한국을 찾아 강연을 하는 등 한국정치와 사회,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1992년 방한해 ‘새로운 사회의 리더로서의 한국과 아시아의 역할’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관료주의적 경영조직을 탈피, 새로운 형태의 경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토플러는 미래학이란 분야 자체가 생소했고 정보화시대가 본격화되기도 전부터 저서명인 ‘제3의 물결’이 말해주듯 미래사회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주창했다. 제3의 물결이란 토플러의 저서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고도의 과학기술을 거치면서 경험할 지식정보화 사회를 총칭한다.

재택근무, 전자정보화 등 새로운 용어를 통해 제시한 미래사회의 변화는 수십여 년이 지나면서 이미 빠른 속도로 현실로 나타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계기로 세계 질서가 크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방향타가 어디로 향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토플러의 사망을 계기로 그의 저작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