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11월]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정쟁 중단, 정치권 폭풍전야

윤석열 대통령이 11월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300명 이상 사상자가 나와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 사고로 기록됐다. 서울에서 터진 사고로는 1995년 삼풍백화점 이후 가장 큰 피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10월31일부터 11월5일까지 7일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사고 신고가 처음 접수된 시각 기준으로 12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은 대응이었다.

애도기간이 선포되면서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기관에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 리본을 패용한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애도기간 시급하지 않은 행사는 연기하고 불가피한 경우 간소하게 진행한다.

정치권은 정쟁을 중단하고 추모 분위기 조성에 매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국정감사 등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일정 등을 애도기간 이후로 미뤘다. 윤석열 대통령도 출근길 문답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애도기간과 관련해 별도의 법규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된 것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 이어 두 번째로 전례 역시 많지 않다.

다만 당시에는 사건 직후가 아니라 처리와 진상조사가 이뤄진 이후에 애도기간이 설정됐다는 점이 다르다. 기간도 당시는 5일이었고 이번에는 7일로 더 길다.

천안함 사건은 3월26일 발생했고 4월15일 함미, 4월24일 함수가 인양됐다. 이날 민군합동조사단이 수중 비접촉 폭발에 의한 침몰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4월25일부터 국가애도기간이 진행됐다.

한 달가량 시간이 흐른 뒤에 국가애도기간을 지낸 셈이다. 여기에 과거 세월호 사고 등에는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지 않았기에 적절성 여부나 시기, 기간 등을 놓고 말들이 없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적으로 큰 아픔이 찾아왔을 때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다. 올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70년 재위를 마무리하고 영면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당시 영국은 9월9일부터 20일까지 12일간, 영연방국가인 뉴질랜드는 9월9일부터 26일까지 18일간 국가애도기간에 들어갔다.

영국과 크게 관계가 없는 브라질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여왕 사망 당일인 9월8일 트위터를 통해 사흘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당사국인 영국보다도 하루 앞선 애도기간 선포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애도기간을 이용한다는 말도 나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9월18일 여왕 장례식 참석 기간에 주영브라질대사 관저 발코니에서 갑작스레 대선 연설을 해 비난받기도 했다. 

그는 10월30일 치러진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근소하게 패배해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이태원 사고로 국가애도기간이 진행되면서 시기에 맞지 않는 행보로 구설에 오르는 사례도 나타난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에서 사적모임 자제와 음주 중단을 요청했음에도 10월30일 지역 당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서 의원은 다음날 반성하고 자숙하겠다며 사과했으나 이재명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에 감찰을 지시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도 10월31일 노동계 인사들과 술을 곁들인 만찬회동을 했다. 김 위원장은 “오래전 약속된 저녁 자리”라며 “나는 술을 먹지 않았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국가애도기간이 종료된 이후 억눌렸던 정치권의 갈등이 더욱 크게 폭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와 야당을 향한 수사로 사정정국이 심화하면서 민주당이 대통령 시정연설을 거부하는 등 정부여당 관계가 냉전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태원 사고가 모든 현안을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미뤄뒀던 정치권 갈등에 이태원 사고 책임론이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경찰 112 신고 녹취록과 시민단체 동향을 담은 정보국 문건 등이 공개되면서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늘고 있어 향후 정치권 쟁점이 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