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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知社知] 해양제국 포르투갈 추락의 교훈, 성공 기업도 안주하면 죽는다

진국영 jinieman@careercare.co.kr 2022-08-30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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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知社知] 해양제국 포르투갈 추락의 교훈, 성공 기업도 안주하면 죽는다
▲ 포르투갈 타구스강 하구에 1960년 세워진 '발견 기념비'. 길이 46미터 높이 5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기념 조형물로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상징한다. <위키미디어>
[비즈니스포스트] 타구스강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거쳐 대서양으로 빠지는 이베리아반도 최장 하천이다. 이 긴 강의 드넓은 하구가 대서양과 만나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보아 항구에는 길이 46미터, 높이 52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기념 조형물이 하나 서 있다.

맨 앞 한 사람을 따라 배를 타고 바다로 향하는 32명이 새겨져 있는 이 기념물은 1960년 한 인물의 사후 500년을 기념하여 세워졌다. 1394년 유럽의 변방국 포르투갈 아비스왕조 후안 1세의 셋째 아들로 태어나 지중해 구석 작은 연안국 포르투갈을 대서양으로 이끌었다는 그 사람, 맨 앞에 조각돼 있는 엔히크 왕자다.

기념비를 지나 동쪽으로 20여km쯤 떨어진 지점에 1998년 타구스강을 건너는 길이가 무려 12.3km에 이르는 아름다운 사장교가 개통됐다.

이름을 뭐라 지을까? 지난 500 년 역사를 추억하며 한 사람을 더 떠올렸다. '바스쿠 다 가마', 4척 함대를 이끌고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1498년 인도 서해안의 무역항 캘리컷(현 지명은 코지코드)에 도착해 유럽과 인도양을 잇는 항로를 개척해 냈다는 바로 그 사람이다.

엔히크와 바스코 다 가마. 이 두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 지중해 연안 작은 나라, 남한보다 작은 땅 덩어리에 그나마 농토마저 적었던 곳, 인구라 봐야 100만 명에 불과한 포르투갈을 이후 200여 년 동안 전성기를 누리게 한 운명 개척의 주역들이었다.

1415년 북아프리카 세우타 점령을 시작으로 1448년 기니부근 탐방에 이르기까지 거친 해양교역의 바다로 나가는 가장 위험한 난공사 구간을 엔히크가 마무리했다면, 가마는 그 길을 연장해 인도에 다달음으로써 새로운 인도 항로를 완성했다.

길은 지식 위에 건설되고, 길은 다시 지식을 만들어 낸다. 길과 지식을 독점한 세력이 건설한 성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포르투갈은 대서양 바다에 눈을 떠 새 교역망을 만들었고, 이를 독점했다. 독점의 효과는 강력했다.

황금과 황금만큼이나 값을 쳐 주던 후추, 정향, 육두구 같은 향신료를 실은 포트투갈 함대가 리스보아항구에 들어오면 그건 하늘에서 금화가 떨어지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가는 험난한 뱃길에서 선단 중 몇 척이 침몰하는 일이 잦았지만 상관없었다. 손해를 모두 비용으로 떨어내고도 이익은 투자금의 60배에 달했다.

1500년에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인도로 향하던 함대가 표류하여 서쪽으로 서쪽으로 떠밀려 가다가 인도가 아닌 엉뚱한 곳에 닿아 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엄청나게 큰 땅이었다. 바로 브라질이다. 면적이 포르투갈의 90배가 넘는다. 어쩌다 발견한 이 곳을 포르투갈이 바로 식민지로 삼았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 곳에서 황금이 쏟아졌다.

포르투갈은 절대 손해보기 어려운 거대한 공급망 구조에서 이후 200년 넘게 정점에 있었다. 유럽-인도 라인을 장악했고, 거기에 유럽-아프리카-아메리카를 잇는 3각 무역이 추가됐다.

유럽의 값싼 공산품이 아프리카 서부의 흑인 몇 백만 명과 교환됐고, 흑인들은 라틴아메리카에 비싼 값에 노예로 넘겨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곳의 설탕, 커피, 담배 등을 실어 유럽으로 공급해 다시 이윤을 남겼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독점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꼬맹이 나라 포르투갈이 발견했다는 이 놀라운 돈 버는 방법은 곧 바깥으로 새어 나갔고, 정보를 주어 들은 유럽 왕실들은 곧 이 엘도라도로 가는 길에 뛰어 들었다.

같은 이베리아 반도 안에 있던 스페인이 먼저 딴지를 걸었다. 돈 버는 방법이 노출되었는데 따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1492년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또 다른 '인도로 가는 길'을 개척했다. 두 나라는 곳곳에서 부딪쳤다. 1494년 할 수 없이 카스티야 토르데시야스에서 세계를 반반씩 나눠 차지하기로 약속했다. 서경 46도 기준선을 중심으로 포르투갈은 동쪽, 스페인은 서쪽 땅이었다.

같은 가톨릭 국가 둘이서 싸우는 것보다는 사이 좋게 시너지를 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교황청이 나서 중재한 결과였지만, 돈에 눈이 먼 유럽 왕실들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두 나라가 자기들 멋대로 약속한 '천하 반분지계'를 존중해줄 리는 없었다.

곧 북유럽 상권을 대표하던 네덜란드가 뛰어 들었고, 그 뒤를 유럽의 전통적 강자 프랑스와 영국이 따랐다.

물론 눈 뜨고 멍청히 당할 포르투갈은 아니었다. 해양제국 건설은 하루아침에 얻어진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기술력도 있었고 무력도 있었다. 이슬람 지배기간은 기독교도였던 그들에게 힘든 역사였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항해술을 배웠고, 조선술도 익혔다.

당시 지중해 나라들은 바람 잘 불 때만 앞으로 갈 수 있었던 사각돛 밖에 몰랐지만 포르투갈은 역풍에도 지그재그로 항해하면서 앞으로 갈 수 있는 삼각돛의 존재와 운용법을 알았다. 삼각돛을 이용한 캐러벨선(Caravel)과 이를 다시 사각돛과 섞어 개량한 캐랙선(Carrack)을 탄생시켰다.

포르투갈은 어떤 바람에도 다닐 수 있는 이 배에 대포를 달아 내보냈다. 탐험선은 곧 군함이었다. 카브랄이 지휘하는 인도 2차 원정대가 캘리컷을 포격해 이곳 술탄으로부터 교역권을 인정받아 후추 무역을 독점하던 이슬람 상인들을 쫓아내고 인도 상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역로를 잃어 버리면 돈도 없었다. 포르투갈은 돈이 생기면 함대를 만들고 대포를 사 들였고, 뒤따라오는 경쟁자들과 전쟁을 벌였다.

무력은 돈을 만들어냈지만, 돈을 지키려면 다시 무력이 필요했다. 인력도 끝없이 들어갔다. 전쟁은 불가피하게 사상자를 만들어낸다.

돈과 인력을 계속 쏟아 부어야 하는 무한궤도. 인구 100만에 불과한 포르투갈은 결국 버티지 못했다. 결국 선두그룹 구성원이 바뀌었다. 포르투갈 단독 질주로 시작한 레이스는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거쳐 영국 프랑스 2파전이 되었다.
 
[歷知社知] 해양제국 포르투갈 추락의 교훈, 성공 기업도 안주하면 죽는다
▲ 모든 성공적 기업은 언젠가는 실패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방법은 그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바라보고 억지로라도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사진은 국내의 한 마라톤대회.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2류로 밀려났다고 해도 세계적 수준에서 2류였으므로 무시하긴 어렵다. 전쟁, 정복, 황금, 향료, 노예. 포르투갈을 지배하는 단어들은 그 이후에도 수세기 동안 계속됐다. 줄어들긴 했지만 왕실의 수입은 여전히 막대했다. 선두가 아니라고 해서 그만둘 이유는 없었다.

지지부진하던 포르투갈을 결정적으로 밀어낸 것은 나폴레옹이었다. 대륙봉쇄령을 어기고 영국과 교역을 계속하던 포르투갈에 1807년 유럽 최강의 프랑스 육군이 밀려 들었다.

맞설 것인가, 피할 것인가? 포르투갈 왕실은 쉬운 길을 택했다. 대서양 건너에 본국보다 더 큰 식민지가 있었다. 왕실과 관료들은 브라질로 피신했고, 식민지 브라질을 격상시켜 포르투갈-브라질 연합왕국을 선언했다.

브라질 피신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몇 년 후 나폴레옹은 물러났지만 왕실은 권위를 잃었다. 의회의 요구에 따라 왕은 돌아갔지만, 돌아가봐야 좋을 것 하나 없다고 느낀 왕자는 브라질에 남아 독립을 선언해 버렸다.

인도가 이미 영국으로 넘어간 뒤, 어쩌다 브라질 마저 상실한 포르투갈은 재기의 힘을 잃었다.

성공한 기업들이 있다. 나름의 기술력과 인사이트를 지니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다.

도전의 기간은 험난하기도 하고, 짧게 끝나기도 한다. 결실을 얻는 속도는 제각각이다. 빨리 열리기도 천천히 열리기도 한다. 크기도 다르다. 작지만 꾸준히 생기기도 하고, 큰 열매가 한꺼번에 열리기도 한다.

어떤 경우라도 성공의 기쁨은 달콤하고 짜릿하다. 성공은 도전에 참여한 사람에 주는 시장의 보상이다. 성공은 자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성공은 주변의 시선을 끌어 들인다. 화려한 조명이 주는 쾌감은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문제는 '이 기쁨 속에 언제까지 빠져 있을 것인가'라는 것이다. 원칙은 좋을 때 그만둬야 하고, 더 하고 싶을 때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은 많은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다. 우리가 먼저 기회를 봤지만 그들은 아직 못 봤다. 마침 우리는 돈이 있었고,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장이 열렸을 때 주변엔 아무도 없었고 당연히 결실은 모두 우리 차지였다.

성공은 조건들이 우연히 맞아 떨어진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들은 자주 되풀이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그들이 우리보다 먼저 기회를 볼 수 있고, 그 결과의 끝에서 우리는 철저히 소외될 수도 있다.

성공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그로 인해 큰 성과를 얻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때가 의미하는 것은 지금이 바로 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성공에 왜 도달했는지 진솔한 마음으로 그 본질에 도달하려 애 써야 하고, 성공 앞에 겸손해야 한다. '어쩌다 얻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더더욱 그렇다. "성공의 법칙은 반드시 배반한다"는 것이 피터 드러커의 경고다. 성공의 법칙은 언젠가는 실패의 법칙이 된다.

모든 성공적 기업은 언젠가는 실패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방법은 그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바라보고 억지로라도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혁신을 외면하고 싶겠지만, 심각한 결과를 대신 감수해야 한다.

매튜 S. 올슨(Matthew S. Olson)과 데릭 반 베버(Derek van Bever)가 <스톨 포인트(Stall Points)>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한번 정체에 빠진 기업이 이전과 같은 활력을 찾을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선두그룹에서 뒤쳐진 마라토너가 다시 선두그룹으로 치고 올라오기 어렵고, 심지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포르투갈의 쇠퇴는 핵심사업을 잘하지 못했던 데서 온 것이 아니다. 잘 하는 것을 '너무 오래한 탓'이었다.

엔히크는 포르투스 칼레(Portus Cale)항을 아랍-유럽 교역 루트를 지배하는 베네치아 상인들의 기착지로 내주고 관세나 받는 자국의 처지가 싫었다. 그들의 능력과 부를 질투했다. 그들을 이길 방법을 찾아 엔히크는 위험한 미지의 바다 대서양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스코 다 가마 이후 포르투갈은 '질투의 힘'을 잃었다. 넘쳐나는 풍요에 밀려 질투의 에너지가 사라진 공간에 편안한 안주가 파고 들었다.

바스코 다 가마 이후 이렇다 할 혁신형 인재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혁신 유전자는 엔히크-바스코 다 가마에서 더 이상 승계되지 않고 멈췄다.

이후 포르투갈이 마주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완만한 성장-급격한 팽장-점진적 쇠퇴로 이어진다는 S자 성장곡선을 포르투갈은 새로운 성장곡선으로 적기에 바꿔 내지 못했다. 수세기를 끈 집착 끝에 성장곡선 하나가 결국 끝났을 때 포르투갈은 역사의 전면에서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그들이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2010년 재정위기를 겪는 남부유럽의 문제국가들 '피그들(PIIGS)'의 맨 앞자리에서였다. 진국영 커리어케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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