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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제4차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첫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성과주의 중심 문화가 자리를 잡는 데 핵심은 직원평가 제도의 공정성이다.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일 간담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금융공공기관장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올바른 말이고 올바른 방침이다. 그러나 순서가 뒤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기 전에 먼저 공정한 평가제도를 마련해 놓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임 위원장이 공공금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압박하면서 각 기관들은 노조의 동의조차 받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당연히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조의 동의를 꼭 받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문제는 공공금융기관에서 제대로 된 평가제도를 마련해 직원들에게 알린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도 “금융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기 전에 직무평가의 분류체계와 개별 직무의 가치에 대한 평가기준 등을 노조와 먼저 합의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금융기관에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 일리가 있다.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공공기관도 경쟁력 확보의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급여가 걸린 문제다. 급여는 삶의 문제다. 무엇보다 공정한 평가제도가 마련될 때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평가제도를 납득하는 이가 많을수록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
임 위원장은 ‘조정의 달인’으로 불린다. 임 위원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부단한 의사소통에 기반한 조정능력을 선보여 농협금융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그런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본말이 전도된 일처리는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공공금융기관마다 성과연봉제 강행으로 노사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평가제도를 마련하는 데 직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라고 하면 노사관계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임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성과주의 중심 문화를 안착시키려면 모든 직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이 공공금융기관에서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기 전에 이런 당부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