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두산에너빌리티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탈원전’이다. 탈원전 기조 때문에 원자력발전 강자인 두산에너빌리티가 오랜 시간 고난을 겪었는데 이제 탈원전 폐기로 접어들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조금만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탈원전이란 키워드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우여곡절을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최근까지도 두산에너빌리티는 경영난에 시달렸다. 세금을 투입한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을 끄면서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직원 수를 감축하는 구조조정도 해왔다.

이런 어려움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탈원전정책이 아닌 두산건설에 대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손익계산서를 보면 뜻밖에도 지난 몇 년 동안 영업손실을 본 것은 2020년뿐이다.

그런데도 영업외 손실이 커 회계연도 기준 2014년에서 2020년까지 7년 동안 연간 순손실을 냈는데 손실의 대부분은 바로 두산건설 지분에 대한 손상차손에서 비롯됐다.

두산건설을 향한 막대한 자금 지원은 주력사업인 에너지사업에서 마땅히 진행됐어야 했던 투자를 못 하게 한 기회비용이기도 하다. 에너지산업이 친환경으로 대전환하는 시기에 변화의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원전사업 비중은 10%가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히려 여태 가장 주력이었던 분야는 석탄발전 쪽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탈석탄 기조는 매우 뚜렷하다. 그런데 두산에너빌리티가 제때 변신하지 못하면서 석탄발전 수요 급감에 따른 직격타를 맞게 된 측면도 적지 않다.

그래서 그 시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같은 맥락에서 이제 다시 웅비하려는 두산에너빌리티를 탈원전 폐기에 따른 수혜기업이란 틀로만 바라본다면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중장기 수주계획을 보면 올해 성장사업의 수주목표는 3조2천억 원인데 내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수주목표는 5조3천억 원으로 확대된다. 비중으로 따지면 올해 36%에서 52%까지 커지는 것이다. 기존 사업은 3조9천억 원에서 2조4천억 원으로 축소되는 것과 대조된다.

세부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서 2조1천억 원, 가스터빈에서 1조8천억 원, 차세대원전에서 8천억 원(+알파), 수소사업에서 6천억 원을 수주하겠다는 것이다.

성장사업 가운데 차세대 원전사업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원전만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중장기 성장 청사진을 설명하는 데 한없이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두산에너빌리티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한 데 묶는 키워드로 ‘수소’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앞서 살펴본 중장기 수주계획에서 수소사업의 연평균 수주목표는 6천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여기서 수소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수소발전 실증사업과 수소연료전지, 수소액화플랜트 사업 등만을 말한 것이다.

그런데 이밖에 신재생에너지, 가스터빈, 심지어 원전까지 수소와 접촉점이 매우 많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만 하더라도 해상풍력, 태양광 등은 청정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사업과 연결할 수 있다. 수전해 방식은 현재까지 소개된 여러 수소생산 기술 가운데 탄소배출이 제로인 방법인 만큼 가장 최종적 형태의 수소 생산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가스터빈 사업도 수소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점이 많다.

최근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에서 5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마쳤다. 가스터빈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탄소 제로로 향하는 길에 중요한 징검다리가 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천연가스로 발전을 하는 가스터빈 자체가 석탄발전보다 탄소배출이 적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가스터빈은 수소터빈으로 진화할 것이란 점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와 천연가스를 섞은 연료로 발전하는 가스터빈과 수소만으로 발전하는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를 섞어 발전하면 탄소배출이 전보다 훨씬 줄어들게 되고 수소만으로 발전을 하면 탄소배출이 전혀 없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분야에서 말 그대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인 만큼 탄소제로에 반드시 필요한 수소터빈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원전사업은 어떨까?

원전사업 역시 수소와 관련해 재조명되고 있는 지점들이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차세대 원전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중심엔 소형모듈원전, SMR이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