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병석 국회의장이 파국으로 치닫던 검찰수사권 폐지,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 의장은 평소 의회주의자라고 자칭하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해 왔는데 임기 만료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여야의 첨예한 갈등을 진정시키고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의회주의자 박병석 국회 파국 막았다, 검수완박 중재 어떻게 가능했나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2일 박 의장이 내놓은 검찰개혁 중재안을 모두 수용하면서 국회가 이달 안에 검찰개혁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수사권 폐지는 최대 1년 유예하는 내용이 뼈대다.

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여야 원내지도부에 검찰개혁 중재안을 제시하며 “국회의 모든 활동은 국민 관점에서 임해야한다”며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국민과 함께 가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예정됐던 미주 순방일정을 취소하고 물밑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찰개혁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장은 이날 “그동안 여야 원내 지도부와 심야 회동을 비롯해서 수차례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며 “이번 중재안은 여야 원내지도부는 물론 전직 국회의장, 정부의 책임있는 관계자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문서로 작성한 뒤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자신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도 병행했다. 여야 모두 박 의장 도움 없이는 법안 처리 과정에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없는 만큼 국회의장이 의사진행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는 “오늘(22일) 양당 의원총회에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중재안을 수용하는 정당의 입장을 반영해 국회 운영방향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으로서 더 이상 카드는 없다”며 “오늘(22일)까지 반드시 결론을 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한 발 물러서며 박 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은 민주당 단독강행과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저지 대신 여야 합의를 통한 처리라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의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박 의장답게 국회가 극한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현안을 풀어낼 수 있도록 경륜을 발휘한 셈이다.

박 의장은 현역 최다선(6선)의 관록있는 정치인이다.

중앙일보 사회부와 경제부 기자로 일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8년 국민회의 수석대변인으로 발탁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이듬해에는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대전 서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를 포함해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6번 당선됐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정책위원회 의장 등 주요 당직을 모두 거쳤다.

2012년에는 제19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2020년 제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박 의장은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의회주의자임을 밝혀왔다.

특히 국회가 국민을 통합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통’을 강조한다. 제21대 국회 개원사에서도 “국회의 첫 걸음은 소통이다”며 “소통으로 공감대를 넓히면 타협을 이룰 수 있고 타협은 국민통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여야 사이에서 중재자 노릇을 한 사례도 여러 차례다.

국회부의장이던 2014년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개혁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을 때 중재에 나서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 의원들 설득에 나섰다. 국회의장에 오른 뒤 2021년에는 민주당이 언론개혁법 처리를 강하게 추진했지만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본회의 상정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