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막판 스퍼트 올림픽에서 또 보게 될까  
▲ 28일 광주 남부대학교 국제수영장 기자실에서 박태환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가 낳은 가장 위대한 스포츠 스타를 꼽는다면 누가 1위에 오를까.

축구의 차범근을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야구의 박찬호를 얘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 마라톤의 손기정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기쁨을 줬던 스포츠 스타는 누구인가’로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

기자는 개인적으로 ‘마린보이’ 박태환(27)과 ‘피겨퀸’ 김연아(26)를 꼽는다.

둘에게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인기종목이자 불모지인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스포츠 한국의 위상을 세계 속에 드높였다는 점이다.

기자는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그렇게 목말라하던 금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서 흘렸던 ‘감격의 눈물’을 잊지 못한다.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에서 마지막 50m를 남겨두고 보여주었던 폭발적 막판 스퍼트는 8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 있다.

김연아는 은퇴 후 '광고계 블루칩‘으로 제2의 인생을 화려하게 열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시련의 시기를 보냈는데 이 시련은 현재도 진행형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실시한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2016년 3월까지 ‘18개월 선수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박태환에게 내렸다.

당시 박태환은 금지약물인 줄 모른 채 사용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태환은 꼼짝없이 1년반 동안 수영장을 떠나야 했다.

중징계가 끝난 뒤 첫 복귀무대인 제 88회 동아수영대회에서 박태환은 물만난 고기마냥 펄펄 날았다.

박태환은 28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남자 일반부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91의 기록으로 우승하며 대회 4관왕에 올랐다.

박태환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경영 국가대표 2차 선발전도 겸한 이번 대회를 복귀무대로 삼았는데 출전 4개 종목 모두 FINA가 규정한 올림픽 통과기준(A기준)을 충족시켰다. 이 기준을 통과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남자선수는 박태환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러나 박태환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대한체육회가 ‘도핑 적발 선수는 국제연맹의 징계가 끝나도 3년 동안 국가대표팀에서 배제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이중징계’라는 말이 나온다. FINA에서 중징계를 받은 박태환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올림픽 출전제지를 당하는 것은 명백한 이중징계라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박태환은 2019년 3월까지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2019년이면 박태환은 30살이 되는데 사실상 선수로서 전성기가 지나게 된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하나 있다.

2011년 10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미국올림픽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간의 다툼에서 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를 받은 선수는 정지기간 만료 뒤 다음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규정에 대해 이중처벌이므로 무효이며 더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IOC는 결국 해당규정을 없애고 각국 올림픽위원회에도 이 규정을 적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한 사람 때문에 규정을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박태환은 아직까지 CAS 제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동아시아 수영대회가 끝난 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항상 준비가 돼 있다. 좋은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에둘러 선처를 호소했다.

노민상 감독은 수영대회 마지막날 앞에서 제자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해 달라며 취재진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노 감독은 “태환이가 리우올림픽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피우고 싶어한다”며 “무릎을 꿇고서라도 태환이를 꼭 올림픽에 보내고 싶다”고 울먹였다.

한 사람 때문에 규정을 바꿀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의 방침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사람이 규정을 위해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규정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인가. ‘예외 없는 규정은 없다’는 말도 있다.

한 체육계 인사는 “한 선수 때문에 규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지만 그 규정이 이중처벌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국가와 사회에 공헌할 기회가 많은 선수가 자성과 반성을 하고 있다면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 전지훈련에서 박태환과 호흡을 맞춘 팀 레인 호주 코치는 “박태환은 세계 최고의 선수다. 이미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의 짜릿한 막판 스퍼트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지나친 욕심일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