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중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의 마지막 관문을 뚫었다. 이를 계기로 낸드사업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고객사를 얼마나 늘릴 지 주목된다.
LG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가전사업에서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와 로봇사업에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통신업계에서 SK텔레콤은 구독서비스 사업 확장에, KT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 강화에 각각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는 주파수 대역을 추가 확보해 상대적으로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는 5G 품질 향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전자>
◆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산업의 '겨울'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2021년 4분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장기간 업황 악화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2022년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사업 전망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맑음'이다.
그 근거로 우선 차세대 DDR5 D램 등 반도체기술 고도화가 첫손에 꼽힌다. PC나 모바일 외에도 데이터서버와 전기차, 메타버스와 사물인터넷 등 신산업에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업전체로 보면 새로운 '화양연화', 즉 빛나는 시간을 다시 맞을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물론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세계 1등이지만 두 분야 모두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다.
메모리반도체에선 인텔 낸드사업부를 품은 SK하이닉스의 기세가 거세다. 미국 정부의 자국우선주의를 등에 업은 마이크론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이런 상황의 돌파구로 찾기 위해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이라는 목표를 지난해 세워뒀다. 하지만 갈 갈이 한참 멀다.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선 세계 1위 TSMC와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세계시장 매출점유율은 TSMC와 비교하면 아직 3분의 1수준에 머문다.
삼성전자는 첨단공장의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려 퀄컴의 고성능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을 온전히 지켜내고 AMD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을 끌어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올해 양산을 시작하는 최첨단 3나노 공정에서 기술경쟁력을 인정받아야 TSMC를 추격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사업에서도 떨어진 위상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기준 시장점유율이 5%에 불과한데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이밖에도 전장사업과 시너지를 낼 시스템반도체 사업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스마트폰에서는 중국업체들의 도전이 거세다. 폴더블폰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새 희망이 되고 있지만 중국업체들도 잇달아 폴더블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들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원가절감과 함께 차별화된 폼펙터를 내놔야 폴더블폰 시장에서 선도자적 입지를 계속 지킬 수 있다.
이렇게 사업 전반에 걸친 과제가 막중한 점을 고려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애초 예상과 달리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사장단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의 2인자로 꼽히며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 강화를 예고했다.
올해 삼성전자가 사업 전반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분야 등에서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추진하는 반도체설계기업 ARM 인수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 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설지, 그 과정이 순탄하게 흘러갈지에 따라 삼성전자의 새 화양연화가 오는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 SK하이닉스
2022년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미운 오리새끼'였던 낸드사업부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낸드사업에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이 유력시된다. 그런데다 중국 경쟁당국 승인을 얻으며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도 마무리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미국사업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직접 지휘봉을 잡았다. 낸드 주요 고객사인 대형 IT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일과 연구개발 협력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다시 확인하게 됐다.
중국 경쟁당국은 승인조건으로 중국에 판매하는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 가격을 최근 2년 평균보다 높일 수 없지만 앞으로 5년 동안 공급 물량은 꾸준히 늘려야 한다는 점 등을 내걸었다.
중국은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에서 미국 다음으로 비중이 큰 시장이다. 중국정부에서 SSD 공급 가격과 물량을 통제한다면 SK하이닉스 실적에 미칠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또 중국정부가 자국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조건을 앞세워 SK하이닉스 압박에 나설 수 있다. 중국정부가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사업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SSD 고객사를 얼마나 확대할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LG전자
'프리미엄 브랜드'. 올해 LG전자 가전사업을 설명할 열쇳말이다.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과 '시그니처' 두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올해 가전사업도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양대 사업부인 H&A(생활가전&공조)사업본부와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에서 공간 인테리어 가전 브랜드 오브제컬렉션,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시그니처를 각각 프리미엄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가전시장을 뜨겁게 했던 보복소비(펜트업)효과가 갈수록 약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 수요는 여전히 단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수요와 상관관계가 높은 기존주택매매와 신규주택착공건수 등 미국의 업황 지표가 여전히 준수한 데다 제품 교체수요 주기도 도래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BS(비즈니스솔루션)사업본부와 VS(전장)사업본부도 올해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BS사업본부는 자체 로봇 브랜드 ‘LG클로이’를 앞세워 올해 성장성을 가시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VS사업본부는 물류 및 공급만 관리를 통해 수 년째 이어지는 영업손실 고리를 끊고 영업흑자 전환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BS사업본부와 VS사업본부가 올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LG전자는 올해 전체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LG이노텍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과 함께 지난해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아이폰13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한 데 이어 아이폰14에 쓰일 부품까지 댈 것으로 전망돼 실적 성장성이 부각됐다.
이에 더해 애플의 신사업에서도 LG이노텍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확장현실(XR) 헤드셋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기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 필수 기기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애플은 2025년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은 애플에 광학부품과 전장부품을 납품해 애플 신사업에 따른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뿐 아니라 LG이노텍은 올해 서버 등에 쓰이는 고부가 반도체기판 투자를 확대한다. 아울러 수주를 늘린 전장사업이 흑자로 돌아서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가치를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형 올레드(OLED)패널을 생산하고 있는데 출하량을 2021년 800만 대에서 올해 1천만 대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가 2022년 대형 올레드패널 분야에서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도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올레드TV사업을 시작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패널 사업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이 궤도에 오를 때까지 삼성전자에 올레드패널을 3년 이상 장기공급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뿐 아니라 애플의 주요 올레드 공급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이폰뿐 아니라 확장현실(XR) 헤드셋과 애플카에 공급을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통신>
◆ SK텔레콤
SK텔레콤이 'T멤버십' 이용을 더욱 활성화해 구독서비스 'T우주'와 시너지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T멤버십이 통신서비스 고객에 혜택을 제공하던 기존 역할에 머물지 않고 사업확장 경쟁력이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제공하던 T멤버십 가입형태에 기존 할인형 외에 포인트 적립형을 최근 추가했다.
10월 기준 2960만 명에 이르는 SK텔레콤 가입자를 대거 적립형 T멤버십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구독서비스 T우주 등 또다른 사업모델을 키우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T우주 구독자 수를 3600만 명까지 늘리고 거래액 8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T멤버십으로 쌓은 포인트를 T우주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T멤버십 가입자를 T우주 구독자로 유도하는 데도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SK텔레콤이 구독서비스 중심의 중장기 성장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적립형 T멤버십 가입자를 확대하고 이를 T우주로 최대한 이어지도록 하는 일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 KT
KT가 올해도 '디지털 플랫폼기업(디지코)' 중심의 사업전략을 더욱 강화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2B(기업 사이 거래)사업의 대표적 분야인 데이터센터(IDC)에 아마존 등 글로벌 클라우드업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여 이 분야 선두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초연결교환이라는 첨단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국내 클라우드시장을 70% 이상 장악한 외국계 클라우드업체로서는 비용을 크게 아끼면서도 사업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KT는 최근 성장성이 부각되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사업에도 힘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금융업 분야에선 계열사인 케이뱅크나 BC카드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금융상품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영업점을 구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밖에도 교육, 소상공인을 위한 인공지능 서비스 등과 관련한 다양한 신사업에서 쓰일 수 있다.
KT는 콘텐츠 분야에서는 KT스튜디오지니를 앞세워 다양한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시장 내 위상이 미약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시즌의 입지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3사 가운데 5G통신 품질이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서도 5G 다운로드 속도가 가장 느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LG유플러스의 5G 통신품질을 높이기 위해 주파수대역 추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주파수대역 폭이 클수록 5G통신 품질 평가에 핵심인 다운로드 속도가 높아지는데 LG유플러스의 5G통신 주파수대역 폭은 SK텔레콤이나 KT에 비해 20MHz(메가헤르츠) 만큼 작다.
LG유플러스가 과기정통부가 내놓을 3.40~3.42GHz 주파수대역을 올해 확보하는 데 성공하면 5G다운로드 속도 품질이 크게 향상될 수 있어 5G 가입자 확대와 콘텐츠 사업에 힘을 받을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