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벽을 문으로 바꾸듯 금융에 새 길을 여는 영원한 혁신가가 되겠다. 개인 소유를 넘어 경쟁력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고 전문가가 꿈을 구현하는 투자의 야성을 갖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미래에셋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17년 미래에셋그룹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오늘Who] 미래에셋은 계속 젊은 조직 돼야, 박현주 세대교체 제도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미래에셋그룹은 2021년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이했고 혁신을 이어가기 위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4일 미래에셋그룹에 따르면 계열사 정관에 대표이사의 연령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이사는 상법상 등기임원으로 사내이사 임기만 있을 뿐 일반 근로자와 달리 정년이 정해지지 않는다.

오너경영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체제에서도 이사회를 장악하고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수차례 연임하면서 장기집권이 가능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창립 25주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는 박 회장이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로 전문경영인의 장기연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체제가 안착되고 박 회장이 완전히 물러난 뒤 전문경영인 권한이 커지게 되면 견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정관에 임원의 정년을 제한하는 내용을 넣으려는 배경에는 전문경영인체제에서도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관 개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와 더불어 조직을 젊게 유지하고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문경영인체제는 나이가 들어서 권한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을 자제할 수 없는 것이 약점이다”며 “직원처럼 임원도 일정 나이가 되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방안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역사는 1997년 박 회장이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투자자문을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박 회장은 1958년 출생인데 당시 40세였다. 미래에셋그룹 창업에 힘을 보탰고 사실상 그룹 2인자로 꼽히는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당시 30대 후반에 불과했다.

만40세 미만의 인력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젊은 조직인 만큼 미래에셋그룹은 국내 최초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 등을 내놓으며 금융권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25년의 시간이 흐른 데 따라 젊은 조직의 중심에 있던 인력의 연령도 평균 60세를 넘기게 됐다. 영원한 혁신을 추구하겠다던 박 회장으로서는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미래에셋그룹은 3일 주요직책 인사를 단행하며 대표이사 및 부문대표의 평균연령을 낮추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이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국내사업은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포함한 부회장 5명이 부문별 경영을 책임지는 전문경영인체제를 유지해 왔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과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부회장,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정상기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부회장, 하만덕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부회장 등 5명의 부회장이 국내사업을 책임졌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에서 5인 부회장체제의 구성에도 변화의 조짐이 포착됐다.

1959년 출생으로 올해 63세인 하만덕 부회장과 1960년 출생인 62세 정상기 부회장이 용퇴한 뒤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와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대표이사가 부회장에 올랐다.

최창훈 대표는 1969년 출생이며 김응석 대표는 1968년 태어났다. 기존 미래에셋그룹 부회장단의 평균연령은 61세였는데 이번 인사를 거치면서 57.4세로 대폭 낮아지게 됐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서유석(1962년 출생), 김미섭(1968년 출생) 각자대표체제에서 이병성(1967년 출생), 최창훈(1969년 출생)체제로 전환했다. 대표이사 평균 연령이 57세에서 54세로 낮아졌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번 인사를 통해 부문대표의 평균연령을 54세에서 50세로 낮췄다. 특히 1981년 출생으로 올해 41세인 김연추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데 더해 파생부문 대표로 발탁된 점이 눈에 띈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대표이사 및 부문대표 연령이 대폭 낮아지며 세대교체가 이뤄진 만큼 향후 본부장 및 팀장, 지점장 인사에서도 파격적 세대교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