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와 EPC(설계·조달·시공) 양해각서(MOU)를 7일 체결했다.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CEO(최고경영자)는 '나맷(Namaat)' 설명회를 열고 투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나맷은 아람코의 미래가치 창출을 위한 선택적 성장을 뜻한다.
나세르 CEO는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가능성과 기술, 산업, 에너지 서비스, 첨단소재 등 4개 분야에서 13가지 과제를 수행할 22개 협력기업을 공개했다.
선정된 과제 가운데 EPC투자도 포함됐으며 이를 수행할 EPC사로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이탈리아 사이펨(Saipem)이 선정됐다.
아직까지 양해각서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아람코의 현안 프로젝트가 자푸라 가스전과 줄루프 유전개발(ZOFD)인 만큼 이와 관련한 내용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푸라가스전은 가스압축, 처리, 유틸리티 등 주요 패키지 시설 5개와 기타 시설공사로 구성된 사업으로 주요 패키지 시설구축만 40억 달러(4조4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앞서 7월 패키지1(10억 달러)에 단독으로, 패키지2(15억 달러)는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에 참여했다. 패키지3(5억 달러)는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게 된다.
줄루프 유전개발은 육상과 해상프로젝트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현대건설은 육상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했다. 패키지1(30억 달러)과 패키지2(12억5천 달러)에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9월에 각각 입찰에 들어갔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자푸라가스전과 줄루프 육상 프로젝트가 양해각서 내용과 관련됐다면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각각 1개 패키지씩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람코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해외수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화공플랜트가 초대형 프로젝트임을 고려하면 윤 사장이 해외수주 목표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올해 9월까지 2조 원 가량을 해외에서 수주했다. 이는 별도기준으로 제시한 해외수주 목표금액 6조 원 가운데 3분의1 수준에 그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베트남 꽝짝1 발전소(8864억 원), 쇼타워 재개발(2343억 원), 싱가포르 래브라도르 오피스 패키지1(1766억 원), 페루 진체로 국제공항 패키지1(부지조성, 921억 원), 진체로 국제공항 패키지2(활주로와 터미널, 1471억 원), 사우디 하일-알조프 380kV 송전소(1273억 원) 등이다.
윤 사장은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대규모 화공플랜트는 올해 들어 아직까지 수주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1년 1분기에 해외수주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2020년 1분기와 비교해 해외 수주금액은 84.8%, 해외매출은 13.1% 각각 감소했다. 윤 사장이 취임한 뒤 해외사업부문에서 성과는 신통치 않은 셈이다.
윤 사장은 주택 전문가로 꼽히지만 해외사업 수주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리비아 정부에서 내전으로 파괴된 시설의 재건투자 움직임을 보이자 4월 조상훈 글로벌마케팅 상무를 직접 리비아로 보내 리비아 석유사업에 다시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윤 사장은 4월에 주한페루대사를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당시 건설업계에서는 페루 친체로 신공항 수주를 위한 만남이 아니었냐는 시선이 나왔는데 그 뒤 현대건설은 7월 페루 친체로 신공항 본공사를 수주에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