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기업들의 주요 홍보채널로 자리매김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리스크로 부각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몇몇 인플루언서들이 리뷰 영상과 관련한 광고주들의 개입을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잇섭의 갤럭시Z폴드3 갈등으로 인플루언서 리스크도 부각

▲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 <삼성전자>


기업들로서는 애초 기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보다는 '비판적 여론 형성'이라는 정반대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통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역효과를 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사람들을 말한다.

인플루언서 채널을 구독하는 사람들은 SNS 특성상 매우 높은 충성도를 보인다. 기업들로서는 유명 연예인을 통한 광고보다 더 효과적으로 제품 타깃층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강화해왔다.

하지만 인플루언서과 광고주의 갈등 사례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역효과가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최근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Z폴드3와 관련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유튜버 잇섭(ITSub)은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많이들 제 폴드3 영상을 기다리실 것 같아 말씀드리러 왔다”며 “결과적으로 제가 더 이상 타협을 할 수 없어서 완성해두었던 영상을 폐기하기로 했기 때문에 빠르게 보여드리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된 이상 대여나 협찬이 아닌 직접 구입해서 솔직하게 리뷰를 제작해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잇섭은 전자기기를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유튜버로 구독자 184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잇섭은 이런 영향력을 기반으로 과거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여러 전자기업들에게 기기를 대여받아 리뷰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잇섭이 갤럭시Z폴드3를 놓고 제작한 영상에 삼성전자가 다른 의견을 전달하면서 둘의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누리꾼들은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잇섭에게 부정적 리뷰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를 잇섭이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결국 협찬관계가 깨졌다는 것이다.

광고주들은 통상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하기 위해 인플루언서들에게 무상으로 기기를 대여해준다. 이를 인플루언서 사이에서는 ‘협찬’이라고 부른다.

인플루언서들은 광고주에게서 제공받은 제품을 바탕으로 리뷰 영상을 제작한 뒤 이를 광고주에게 미리 보여주고 전체 영상을 확인받는다. 광고주들은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나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제품의 비판적 요소를 축소해줄 것을 인플루언서들에게 요구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플루언서들은 광고주에게서 편의를 제공받았다고 하더라도 채널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긍정적 리뷰와 부정적 리뷰를 동시에 제공하려고 한다.

하지만 광고주들이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리뷰를 줄여줄 것을 요구한다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광고주들의 개입을 ‘부당하다’고 폭로하는 것이다.

이런 폭로는 기업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Z폴드3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한 가장 큰 이유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흥행 때문이다. 하지만 잇섭의 폭로 이후 잇섭의 페이스북에는 “얼마나 심각하길래” “협찬 때문에 할 말 못하는 것보다 제대로된 솔직한 후기를 더 기대한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삼성전자와 잇섭의 갤럭시Z폴드3 갈등으로 인플루언서 리스크도 부각

▲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넥슨>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구독자들에게 ‘제품이 기대만 못할 수 있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역효과를 낸 것은 삼성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2020년 9월에는 구독자 60만 명가량을 보유한 게임 유튜버 JUNE이 넥슨의 모바일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와 관련해 넥슨의 과도한 개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JUNE은 “넥슨이 부정적 내용은 전부 다 삭제처리를 요구했고 이건 명백히 시청자들에 대한 기만행위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제가 좋은 내용만 올려서 그걸 보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구매한다면 그 원망은 누구에게 향할까”라며 카트라이더 리뷰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JUNE은 “임의로 좋은 내용만 선택적으로 올려달라는 요구에 진짜 어처구니가 없고 선을 넘었다고 생각해서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며 “서로 협업하는 관계라고 말해놓고 이게 어딜 봐서 협업인지 모르겠다. 너무 화가 나고 불쾌하다. 더러워서 못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JUNE의 폭로를 놓고 당시 온라인 공간에서는 넥슨의 과도한 리뷰 검열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물론 인플루언서들이 광고주로부터 무상으로 기기를 대여받거나 게임 개발자 빌드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의 개입이 정당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칫 과도한 개입이라는 느낌을 준다면 ‘선을 넘는 개입’이라고 폭로하는 인플루언서들 때문에 오히려 기대를 반감하고 부정적 여론을 환기하는 역풍이 불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