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시장에서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에 직면해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에 올랐는데 D램 공정 개선과 기술력 강화로 초격차를 지켜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삼성전자 D램 경쟁자의 거센 추격 직면, 이정배 초격차 지키기 부담 커

이정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1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D램 생산물량에서 14나노(4세대) D램의 생산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삼성전자의 주력 D램은 15나노(3세대) 제품인데 올해 하반기부터 14나노 D램도 양산이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2022년 하반기 완공되는 평택 3라인에서는 14나노 D램만을 양산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3세대 D램과 4세대 D램의 차이는 단순히 공정이 더 미세해졌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4세대 D램부터는 극자외선(EUV) 공정이 적용된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D램에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하면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정 미세화를 통한 성능 향상, 공정 복잡도를 낮추기를 통한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을 통한 수율 개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D램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정 개선뿐만 아니라 제품 성능 측면의 기술력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메모리가 요구되는 데이터센터나 서버 등 고성능 컴퓨팅시스템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보고 최근 업계 최초로 차세대 인터페이스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기반의 D램 기술도 개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은 시장의 수요가 발생하는 모든 분야에서 제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며 “꾸준한 공정 개선과 기술 개발 등으로 사업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판매금액 기준으로 1분기 말 글로벌 D램시장에서 점유율 42%로 1위에 올랐다. 

2위 SK하이닉스와 점유율 격차가 13%포인트 벌어져 있을 정도로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 입지는 여전히 단단하다. 회장까지 지냈던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이 말했던 이른바 '초격차' 상태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D램은 삼성전자 최대의 현금 창출원으로 전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 35조8900억 원 가운데 33%인 11조9200억 원이 D램에서 나왔다. 2019년에는 D램이 전체 영업이익의 45%를 담당했다.

최근 D램시장에서 경쟁자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초격차를 지켜야 하는 이 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점유율 2위인데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올해 안에 극자외선 설비를 활용하는 4세대 D램의 양산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는 양산 초기로 생산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공정 기술력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가 멀리 있지 않은 셈이다.

시장 점유율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앞서 1월 10나노 초반대(1a) D램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4위인 대만 난야도 2023년 완공되는 12조 원 규모의 신설 공장에서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한 10나노대 D램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D램은 상위 제조사들이 물량공세를 통해 제품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하위 제조사들을 무너뜨려왔던 시장이다.

그러나 이 사장은 삼성전자 D램을 위한 증설전략을 꺼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는 10년 동안 시스템반도체에만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앞서 13일 평택 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투자규모를 171조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위치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의 증설계획도 곧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 증설에 170억 달러(20조 원가량)를 투자할 것으로 반도체업계는 바라본다.
 
삼성전자 D램 경쟁자의 거센 추격 직면, 이정배 초격차 지키기 부담 커

▲ 삼성전자 평택 2라인 전경. <삼성전자>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D램의 공격적 증설을 통해 물량 공세를 펼칠 경우 현금 창출원의 수익성을 훼손해 투자계획의 원활한 추진에 차질을 빚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사장으로서는 공정 개선이나 기술개발 등 D램 기술 경쟁력으로 삼성전자의 D램 입지를 지켜내야 한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D램설계팀 수석연구원, D램설계팀장, D램개발실장 등을 거치며 D램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았다.

D램개발실장으로서 2019년 세계 최초로 3세대 10나노급(1z) D램 개발, 세계 최초로 12기가비트(Gb) LPDDR5 모바일 D램 양산 등의 공로를 세워 삼성전자 D램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2020년 12월 진행된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인사에서 메모리사업부장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