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 전 사장은 자산운용 구조를 국내 자산운용업과 해외 자산운용업 두 부문으로 나눠 관리하는 ‘멀티 부티크’ 구축을 청사진으로 제시한다.
국내 자산 운용업은 삼성자산운용과 삼성SRA자산운용에 맡기고 해외 자산운용업은 해외 대체자산운용사 중심으로 꾸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글로벌사업을 확대하고 전통자산과 대체자산을 아우르는 자산운용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해외 부동산투자 사기 방지 등 리스크 관리에 신경쓰며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자산운용사 지분을 투자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이 자산운용부문에서 특히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국내 보험시장이 고령화사회·저출산 등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해 성장이 둔화된 보험영업의 손실을 만회하고 해외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보험영업에 따른 손익은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조2729억 원, 1조9958억 원 손실을 냈다. 지난해 1414억 원으로 이익을 냈지만 코로나19로 지급보험료와 사업비 등이 줄어든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을 통해 내는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해외부문 확장을 통해 이를 개선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운용자산수익률은 2.86%로 2019년 3.49%에서 0.63%포인트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운용자산수익률이 3%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이 낮은 편이지만 삼성생명은 생명보험사 평균인 3.11%에도 못미쳤다.
삼성그룹의 대표적 자산운용 전문가로 여겨졌던 전 사장으로선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전 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삼성생명 대표에 오르기 전에는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보다 운용자산 규모가 크다보니 지난해 채권금리 하락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채권 등 금융자산 매각이 다소 줄어든 점도 운용자산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이 운용하는 자산은 249조 원이다. 한화생명 98조 원과 교보생명 88조 원을 더한 것보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