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에서 바이오사업을 맡고 있는 생명과학본부가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강화한다.
LG화학은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성장속도가 늦다는 평가를 받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신약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본부장 사장.
20일 LG화학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벤처로부터 신약 후보물질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개방형 혁신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조달하면서 내부와 정보를 공유해 새 제품과 서비스 등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미국 바이오벤처와 협력을 위한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
LG화학은 2019년 6월 미국 바이오산업의 중심지인 보스턴에서 연구조직인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의 문을 열었다. 보스턴은 미국 최대 규모의 바이오 클러스터(기업단지)로 전문인력과 연구기관들이 몰려 있다.
LG화학은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위험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 신약 후보물질 확보에 계속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삼성그룹이나 SK그룹처럼 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 등으로 바이오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기보다는 신약 개발에 ‘올인’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신약 개발 투자는 실적으로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고 성과를 낸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LG화학은 현재 임상단계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을 7개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2025년까지 15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개방형 혁신 강화는 LG화학이 바이오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LG화학은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 등을 자체개발하는 등 신약 개발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지만 모든 신약 개발을 홀로 추진하기에는 인력이나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LG화학이 국내 바이오업계에서 개방형 혁신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국내 바이오기업과의 협력에 적극적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다른 국내 대기업과 비교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바이오사업을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LG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제약사업에 가장 먼저 발을 들였는데도 적극적 투자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다른 바이오기업과 비교해 성장속도가 매우 더디다.
단순히 매출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사상 처음 매출 1조 원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LG화학의 생명과학본부는 매출 6600억 원가량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LG화학 관계자는 “바이오사업에서 핵심은 신약 개발이다”며 최근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위탁사업에 뛰어드는 게 아니냐는 관측과 관련해서는 "남는 생산능력을 활용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보탬이 되기 위한 결정일 뿐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