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정유경 이서현, 범삼성가 여성오너 경영 전면에 나서  
▲ (왼쪽부터)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1970년대에 태어난 범삼성가의 여성 사장 3인방.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얘기다.

이들은 범 삼성가 오너 3세로 각각 호텔과 패션, 유통사업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라 경영능력면에서 선의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 이부진에 이어 정유경 이서현도 사장 직함

정유경 총괄사장은 최근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총괄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백화점사업을 책임지게 됐다.

이서현 사장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물산 패션부문 ‘원톱’ 입지를 굳히게 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윤주화 사장이 실질적 경영을 맡아왔으나 윤 사장이 물러난 대신 이 사장이 경영총괄담당에서 패션부문을 총괄하게 된 것이다.  

정유경 사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외동딸로 1972년생이다. 이서현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로 1973년 생이다. 두 사람은 한 살 터울의 사촌이다.

정유경 사장이 승진하면서 범삼성가에 여성 사장 3인이 경영능력을 펼치게 됐다.

가장 먼저 발을 뗀 사람은 세 사람 가운데 연장자인 이부진 사장이다. 이부진 사장은 1970년생으로 2010년 12월 사장에 취임해 만 5년차를 맞고 있다.

물론 범삼성가 오너 3세 여성경영인으로 넓혀보면 단연 맏언니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1958년생으로 같은 3세라도 나이로만 보면 세대차가 난다.

◆ 삼성가 여성 경영인 DNA 누가 보여줄까 

범삼성가는 딸들을 경영에 적극 참여시키는 전통이 유지돼 왔다. 이병철 창업주의 의지에 따라 이인희 한솔그룹 명예고문이나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일찌감치 여성경영인으로 나섰다.

최근 재계에서 3세 경영인들이 대거 전면에 부상하면서 범삼성가 여성 사장 3인방의 앞으로 경영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누가 삼성가 여성경영인의 DNA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특히 이들이 맡고 있는 사업영역은 주로 호텔과 유통, 패션 등 소비재 영역에서 일부 겹쳐 때에 따라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경영능력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는 편이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7월 뜨겁게 펼쳐진 신규 면세점 경쟁에서 호텔신라가 사업권을 따내는 데 경영능력을 십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부진 정유경 이서현, 범삼성가 여성오너 경영 전면에 나서  
▲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
CEO스코어가 최근 9개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대표이사 취임 뒤 시가총액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호텔신라는 이부진 사장 취임 이후 4년 7개월 동안 260%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2위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호텔신라 시총 증가는 이부진 사장이 대표 취임 이후 공을 들인 면세사업의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부진 사장이 대표를 맡아 경영능력을 과시한 것에 비하면 이서현 사장과 정유경 사장은 앞으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서현 사장은 2002년부터 삼성그룹 패션사업을 이끌어왔으나 단독으로 총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합 삼성물산이 탄생하면서 패션부문의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때보다 높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22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서현 사장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나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뒤 패션 분야에서만 경영실무를 쌓았다. 

이서현 사장이 자타공인 국내 오너 경영인 가운데 ‘패션통’으로 알려진 만큼 삼성그룹 패션사업에서 ‘이서현 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정유경 사장 역시 신세계그룹에서 경영에 참여해 왔으나 백화점사업을 통해 이번에 어머니와 오빠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처음 홀로서기에 나서게 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2월 강남점 5개층 증축, 4월 시내면세점 개관 등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정유경 사장은 취임 첫해부터 신세계백화점의 재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한발 앞선 이부진, 정유경 이서현은 이제 시작

지금까지 재계의 평가만 놓고 보면 세 사람의 경영스타일과 성격은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부진 사장은 경영적으로 ‘리틀 이건희’로 불릴 만큼 추진력과 승부사 기질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드러난 에피소드에서 겸손하고 따뜻한 면도 지녔다는 평가가 많다.

이서현 사장은 언니에 비해 도시적이고 세련된 반면 차갑고 도도한 인상도 풍긴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관련 행사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친숙한 반면 이서현 사장은 소통에 인색하다. 그러나 이서현 사장은 이미지와 달리 1남3녀를 둔 가정적이고 세심한 면도 지니고 있다.

  이부진 정유경 이서현, 범삼성가 여성오너 경영 전면에 나서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9월9일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C-trip)'과 '한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뉴시스>
정유경 사장은 대외적으로 크게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 학교를 나와 신세계그룹 경영에 참여한 뒤 명품 패션브랜드 도입, 식품관 리뉴얼 등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세계그룹 사업 관련 행사장 등 공식행사에 얼굴을 내비치는 경우가 드물다. 업계 안팎에서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을 배려해 경영전면에 부각되는 것을 꺼린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경영성과 면에서 미진했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정유경 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주도한 화장품사업이 꼽힌다. 정 사장은 색조 화장품 ‘비디비치’에 3년간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으나 마이너스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재벌가 딸들 경영참여, 잣대도 갈수록 엄격

범삼성가 오너 3세 여성경영인의 급부상은 호텔이나 패션, 유통업이 소비재를 주력으로 하는 사업이어서 셀럽마케팅(유명인을 이용한 마케팅 효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 오너 여성경영인들은 소비재 산업의 경우 럭셔리한 이미지로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벌가 딸들의 경영참여에 대한 잣대도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부진 사장과 정유경 사장은 2012년 이른바 ‘재벌가 딸들 빵집’ 논란에서 호된 곤욕을 치른 적 있다.

이부진 사장과 정유경 사장은 당시 논란이 크게 일자 차례로 제과제빵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재벌가 딸들이 폼나고 손쉬운 사업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꼬리표도 여전히 따라붙고 있다.

이들에 대한 책임경영에 대한 요구도 높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삼성그룹 오너 3세 가운데 유일하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호텔신라 지분 자체는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서현 사장은 삼성물산 지분 5.51%를 보유하고 있으나 등기이사 명단에 빠져 있다.

정유경 사장은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을 맡았으나 신세계 지분은 2.52%에 불과하다. 정유경 사장 역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