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양대 축 가운데 태양광 부문의 불확실성 해소로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위기에서 벗어날 시간을 벌었다.

다른 한 축 케미칼 사업을 이끄는 남정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는 전력 수요 급증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전선소재에서 반등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불확실성 해소에 케미칼 한숨 돌려, 에너지고속도로 올라탈 기회 본다

▲ 남정운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이사.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을 향한 실적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해 DB증권과 KB증권 등이 일제히 목표주가를 높였다.

주된 이유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정책 불확실성이 걷히게 된 점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최종 서명했다. 

OBBBA에는 한화솔루션 태양광 부문 1분기 영업흑자를 이끈 미국 주택용 에너지 사업과 관련한 세제공제 혜택이 담겼다. 태양광 현지 투자를 이끈 투자세액공제(ITC)와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의 조기 폐지 우려도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은 OBBBA 최종안이 통과돼 그동안 높았던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당초 우려보다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고 선제적 태양광 설치 수요와 함께 모듈가격 상승도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한화솔루션의 양대 축 가운데 태양광 부문 전망이 밝아지면서 다른 한 축 케미칼 사업을 이끄는 남정운 한화솔루션 대표이사도 업황 악화 속 실적 반등을 위한 시간을 번 것으로 읽힌다.

석화업계 위기는 공급과잉 및 글로벌 경기침체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과 함께 국내 4대 화학사 가운데 하나인 한화솔루션도 예외는 아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2023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2분기에는 정기보수 비용 약 500억 원을 덜었지만 여전히 400억 원대 영업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9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남 대표로서는 실적 반등의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남 대표는 한화솔루션 폴리올레핀(PO) 사업부장과 폴리염화비닐(PVC) 사업부장 등을 거쳐 여천 NCC 대표이사까지 지내 케미컬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다. 또한 한화오션 인수 실사담당 등을 맡아 전략 분야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당시 남 대표를 추천하며 “화학사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경영실적 개선을 위한 전략 방향성 제시 및 종합적이고 면밀한 사업 전략수립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 취임 뒤 한화솔루션이 공을 들이는 사업 가운데 하나로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절연재로 쓰이는 가교 폴리에틸렌(XLPE, Cross-Linked PolyEthylene)이 꼽힌다. 

HVDC는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해상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가 전력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해상풍력은 특성상 전력 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되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전력망이 필수적이다. 또한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발전량도 출렁이는 만큼 이를 하나의 전력망 ‘그리드(Grid)’로 묶어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글로벌 HVDC케이블용 XLPE 시장 규모는 2023년 93만7천 톤에서 2030년 125만9천 톤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이 핵심 정책 과제로 ‘에너지 고속도로’를 제시해 기대감이 높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불확실성 해소에 케미칼 한숨 돌려, 에너지고속도로 올라탈 기회 본다

▲ 까를로 스칼라타 한화솔루션 W&C 부문장이 6월24일부터 26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CRU 와이어 앤 케이블 커넥션 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W&C 부문>


한화솔루션은 올해 초 케미칼 부문 내 와이어 앤 케이블(W&C, 전선용 수지) 사업부를 사업부문으로 격상시키며 힘을 실었다. 

부문장에는 세계 최대 규모 케이블 제조업체 이탈리아 기업 프리스미안의 까를로 스칼라타 전 최고사업책임자(CCO)를 영입했고 이탈리아 밀라노에 현지 법인도 세웠다. 

이런 한화솔루션의 움직임은 국내 석화업계를 이끈 범용 제품 중심 포트폴리오가 중국발 공급과잉에 허덕이는 만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위주 포트폴리오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과도 맞아떨어진다.

남 대표는 한화솔루션의 XLPE 사업이 아직 주축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확대되진 않은 만큼 W&C 사업에 계속해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의 XLPE 생산량은 연간 11만 톤 규모로 현재 세계 3위에 위치해 있다.

W&C 부문은 6월 한국전력공사와 기술세미나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CRU서밋 등을 통해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대한전선과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솔루션이 과거 XLPE 시장에서 시행착오도 겪은 만큼 남 대표는 W&C 사업을 신중히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솔루션은 일찍이 XLPE 잠재력에 주목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전선용 수지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201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화학사 시프켐과 손잡고 현지 법인 GACI(Gulf Advanced Cables Insulation)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시장의 개화가 늦어져 당시에는 사업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매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황은 아직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W&C를 통해 장기 불황에 대비하는 것을 물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페셜티 분야에서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