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 실적 반등을 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신보험 등의 보험료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할 수도 있지만 보험료를 인상한 지 얼마 안 돼 또 다시 보험료를 올리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는 만큼 전 사장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29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로 떨어지면서 삼성생명이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예정이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낮추면 보험료는 5~10%가량 오른다.
삼성생명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전체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 가운데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이른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는 신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료를 1년 단위의 연납으로 바꾼 개념이다.
종신보험은 삼성생명 보장성보험 가운데 55.2%를 차지하고 있다.
전영묵 사장이 종신보험의 예정이율을 인하해 보험료를 올려 받는다면 삼성생명의 수익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험료를 인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보험료를 올릴 가능성이 떠오르는 것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낮춘 지 2개월 만에 0.5%로 또 다시 내렸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보험계약자에게서 받은 보험료를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보험사가 투자하는 채권은 주로 국공채인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채권금리도 낮아져 수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삼성생명의 2019년 운용자산 이익률은 3.49%로 2018년보다 0.53%포인트 하락했다.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면서 24개 생명보험사의 평균 운용자산 이익률이 0.05%포인트 낮아진 데 비해 삼성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 하락폭은 더욱 컸다.
0%대 기준금리가 지속된다면 올해 이익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고객의 보험료를 자산으로 운용하는 보험업의 특성상 채권 투자비중을 줄이고 위험이 큰 고수익 대체 투자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전 사장은 자산운용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보험업황 악화에 대응해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선임됐는데 코로나19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등 외부환경이 악화하면서 뾰족한 수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4월 예정이율 인하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 유지하고 있을 때 내린 결정에 따라 이뤄졌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내린 뒤의 경제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1분기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깜짝실적(어닝서프라이즈)를 냈음에도 삼성생명은 순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면 2분기 뿐만 아니라 하반기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으로서는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진 만큼 보험사업에서라도 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보험료 인상카드를 고려할 수도 있다.
다만 보험영업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보험료가 인상되면 새로운 계약을 늘리는 데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보험사들이 예정이율을 함께 내리지 않는다면 영업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4월 삼성생명은 주력인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예정이율을 0.25%포인트 인하했다.
삼성생명 이외에 한화생명,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오렌지라이프, DGB생명, KB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등 주요 상품의 예정이율을 0.05~0.25%포인트 인하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4월 보험료를 인상한 만큼 현재까지는 예정이율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다만 ”저금리기조의 장기화나 자산운용 수익률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