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4-15 21: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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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의 높은 벽 앞에서 좌절했다.
하지만 지역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 재기의 발판은 다져놓았다.
▲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부겸 민주당 후보는 15일 22시33분 현재 대구 수성구갑 개표율 22.3% 상황에서 득표율 41.6%로 당선이 어렵다.
경쟁자인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는 득표율 57.5%로 당선이 유력하다.
김부겸 후보는 여권 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당선되면서 대통령선거 잠룡으로 부상했다.
김 후보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총선에서 승리한 뒤 ‘지역주의 타파’를 명분으로 대통령선거까지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구 수성구갑 지역구 수성에 실패하면서 다음 대선 도전을 위한 발걸음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하지만 김 후보의 ‘노무현 정신’을 이어가기 위한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가장 존경하는 정치적 선배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는다.
그는 2019년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경남의 민주주의 세력을 굳건한 한 축으로 되살려냈다”며 “노 전 대통령처럼 나도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정치적 대의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2016년 3번의 도전 끝에 보수당의 전통적 텃밭인 대구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았는데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서 끊임없이 도전했던 것과 비견된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부산시장에 도전했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부산 북구·강서구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선거 전략상 불리한 대구에 연이어 출마하는 김부겸의 모습은 험지인 부산에서 계속해서 출마를 선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행적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에게 이번 낙선은 새로운 출발점일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가도’도 사실상 2000년 부산에서 장렬히 패배하면서 시작됐다. 노 대통령이 본래 지역구였던 서울 종로구를 버리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정치적 사지인 부산에서 도전했다가 낙선하자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만들어 줬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노 전 대통령은 대선주자로 힘을 얻었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팬클럽이 생기는 등 대통령이 되기 위한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김 후보는 국회의원 낙선 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이번 총선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총선 뒤 당 지도부를 새로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는 그동안 여러 차례 민주당 당대표 후보로 거명돼 왔다.
김 후보는 2016년 당대표에 출마할 것이란 말이 나왔지만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밝힌 뒤 19대 대선을 준비했다. 2018년에도 행안부 장관 시절 당대표 후보로 물망에 오르자 ‘대통령께 폐를 끼치는 상황’이라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택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당대표는 다음 대선 도전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내각에 복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선 뒤에는 마지막 개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2017년 6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던 김 후보가 다시 내각에 입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행안부를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 대구경북에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자 많은 지원을 끌어오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2002년 대선에 도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