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한전공대 설립 허가를 받으면서 전라남도 나주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전력과 전라남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전력공사는 전라남도와 손잡고 한전공대 부지가 있는 전남 나주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올려 만들어진 밝은 빛(방사광)으로 물질의 미세구조와 현상을 살펴보는 시설로서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산업분야에 활용된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3세대보다 1억 배가량 밝은 빛을 내 물질의 구조와 현상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국내에는 경상북도 포항에 1대가 있다.
한국전력은 한전공대의 중점 연구분야로 에너지신소재, 에너지 인공지능(AI), 차세대 전력그리드(전력망),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와 환경 등 5개를 확정했다.
이 분야들 가운데 에너지신소재와 에너지 인공지능, 차세대 전력그리드 등 연구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연계하면 눈에 띄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에 처음 도입된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한전공대처럼 연구 특화 공과대학으로서 설립된 포항공대 안에 2016년 지어진 전례도 있다.
한국전력 이사회를 거쳐 2019년 7월 범정부지원위원회에서 의결된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에도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한전공대의 연계 방침이 들어갔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초미세구조를 관측하고 실험하기 위한 장치인 만큼 2차전지나 신소재 개발 등에 적극 쓰일 수 있다”며 “한전공대가 에너지 연구에 특화된 공과대학인 점을 고려하면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연구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고려해 한국전력은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의 경합에서 전남 나주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2019년 12월 김영록 전남도지사, 광주·전남 대학 11곳의 총장들과 함께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협력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 전남 나주 외에 인천 송도, 충북 오창,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이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전남 나주는 한국전력의 한전공대 설립 허가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와 산학연(기업-학교-연구소) 클러스터, 대형 연구시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유치전략에 힘을 더욱 싣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광주·전남에 유치해 호남을 미래첨단산업 중심지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에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입지 평가기준으로 위치와 접근성을 중요하게 바라보면서 전남 나주가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부지의 공모계획 평가기준을 살펴보면 전체 100점 가운데 입지조건이 50점을 차지한다.
입지조건의 세부 평가항목 6개 가운데 3개는 시설 접근성과 편의성, 현재 자원의 활용 가능성, 배후도시의 정주여건이다. 3개 모두 수도권 지역에 유리한 항목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는 4월29일까지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유치 계획서를 받는다. 그 뒤 심사를 거쳐 5월에 입지를 최종 선정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