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달아 연임에 성공하고 있다. 연임 임기는 모두 초임 임기와 마찬가지로 3년이다. 여기에 한 번 더 연임하면 또 3년을 보장받아 모두 9년 동안 회장을 지낼 수 있다.
반면 금융지주 아래 은행에서 은행장들의 임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초임인데도 임기를 1년밖에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연임은 예외 없이 임기가 1년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 주총이 이변 없이 모두 마무리됐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세 사람 모두 크든 작든 잡음이 불거지며 연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재판과 라임자산운용 사태, 손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에 발목이 잡힐 뻔했고 김 회장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주총에서 무난하게 연임이 확정되면서 앞으로 3년 더 각 금융지주를 이끌게 됐다.
반면 은행장들의 임기는 대부분 2년이다. 과거 통상 3년의 임기를 보장받았지만 최근 들어 모두 임기가 단축됐다.
가장 뒤늦게 은행장에 오른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1년으로 유독 짧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새 은행장에게 2년 이상의 임기를 부여해왔는데 금융지주체제로 전환하고 회장과 행장이 분리되면서 행장의 임기가 이례적으로 짧아졌다.
신한은행 역시 은행장 임기가 2년이다. 원래 3년이었으나
조용병 회장이 신한은행장이 된 2015년부터 2년으로 줄었다. 다음 신한은행장이 된 위성호 전 행장은 그나마 2년도 채우지 못했다. 위 전 행장의 후임인
진옥동 행장의 임기는 2020년 말까지로 1년9개월에 그친다.
은행장들은 연임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임기가 1년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연임이 확정된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1년으로 올해 11월까지다. 최근 빈대인 BNK부산은행장과
황윤철 BNK경남은행장도 연임에 성공했는데 두 사람 모두 1년의 임기가 주어졌다.
은행장들의 임기가 짧아진 이유는 우선 은행을 비롯해 금융권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고착화하면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 데다 금융권 전반에 디지털금융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려면 짧은 단위로 성과를 측정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조직에 활기와 동시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후계구도를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증권이나 보험, 카드 등 다른 계열사의 임기가 2년인 상황에서 은행장과 계열사 대표 사이의 회장 경쟁구도를 그대로 들고 가면서 현직 회장의 리더십을 유지하려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 역시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회장 재임기간에 은행장 선임이 필수로 이뤄져 행장 자리를 위한 줄서기나 알력 다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장이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은행장의 임기가 짧아진 데 따른 부작용은 내부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지난해 불거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 역시 짧은 임기로 당장 눈앞의 성과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은행장의 조급함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있다.
회장이 오랜 기간 자리를 공고히 지키는 사이 회장과 회장후보군의 그룹 내 입지와 경험, 연륜 등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점 역시 문제다. 회장 한 명의 카리스마가 강해지면서 연임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