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을 예정했던 대로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CJ올리브영과 씨앤아이레저산업 등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이경후 CJENM 상무 등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가치를 키워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작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0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경후 CJENM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을 승진시키는 대신 사위인 정종환 CJ 상무를 부사장으로 올렸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이 각각 승진해 CJ그룹의 오너3세 경영수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이선호 부장이 마약 밀반입사건으로 승진자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이경후 상무가 이번에 승진했다면 경영권 승계구도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사위만 승진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장자 승계’가 원칙인 삼성그룹-CJ그룹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선호 부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작업은 마약 밀반입사건 및 CJ그룹의 ‘비상경영’ 등으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말도 나왔지만 기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조하면서도 경영 효율화를 전면에 내걸고 비상경영체제를 갖추면서 강화된 그룹 지배력을 바탕으로 이선호 부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이선호 부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을 만큼 나이나 경험에서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이 회장의 건강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다.
이선호 부장은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분할과 이 회장의 우선주 증여 등으로 CJ 지분을 처음 보유하게 됐으며 10년 뒤에는 CJ 지분 5.2%를 소유하게 된다. 이경후 상무는 CJ 1.2%를 보유하고 있으며 10년 뒤 3.8%로 높아진다.
경영권 승계작업에서 남은 절차는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 41.10%를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에게 증여 및 상속하는 방법과 그에 따른 CJ올리브영 등을 활용한 오너3세들의 승계자금 마련이다.
올해부터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가 승계자금 마련을 위해 본격적으로 CJ올리브영 기업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가 대주주로 있는 골프장 운영업체 씨앤아이레저산업도 승계자금 마련에 지렛대 역할을 할 회사로 꼽힌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선호 부장이 지분 51%, 이경후 상무 지분 24%, 이경후 상무의 남편인 정종환 부사장이 지분 15%를 소유한 사실상 CJ그룹 오너3세들의 회사다.
지난해 12월 말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벤처캐피탈(VC)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의 지분 51% 전부를 씨앤아이레저산업으로 넘기면서 씨앤아이레저산업의 기업가치도 한층 높아졌다.
이 대표와 그 자녀들은 지난해 CJ올리브네트웍스 분할 및 CJ와 주식교환 과정에서 CJ 지분 대신에 1천억 원 규모의 현금을 받으며 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한발 더 물러나기도 했다.
사실상 이 회장과 이재환 대표 사이에 이선호 부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경영권 승계구도에 공감대가 없다면 이뤄지기 어려운 작업들이 지난해 말에 잇달아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벤처캐피탈 산업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를 품은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선호 부장과 이경후 상무의 든든한 승계 자금줄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