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저격수'로 불리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재벌 개혁의 칼날을 벼리고 있다.
박 의원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재벌의 기형적 지배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의원은 또 기업인 광복절 특별사면이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
|
|
▲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박 의원은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다중대표 소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0.05%의 지분으로 93조의 자산을 소유하는 기형적 기업지배가 이뤄지고 있다며 재벌기업의 순환출자구조의 폐단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적은 자본으로 지배할 수 있는 순환출자 구조는 다른 나라에서 할 수 없도록 제도가 돼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제를 한 예로 들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가 자회사 때문에 손해를 입을 경우 주주들이 모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소송이 제기되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 가능성이 높아 외국의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처럼 0.05%의 지분으로 롯데그룹의 93조의 자산을 소유하는 이런 구조에서 만약 다중대표 소송제가 있다면 나머지 99.9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모여 소송을 걸고 이에 따른 배상을 해줘야 한다”면서 “(적은 자본으로 막대한 규모의 회사를 지배하는) 구조 자체가 형성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4일에도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재벌기업 지배구조에 일침을 가했다.
박 의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황제경영이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롯데그룹뿐 아니라 다른 재벌들도 대부분 미미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며 주주와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삼성물산을 공격한 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도 재벌의 취약한 지배구조에서 벌어진 것이라며 “편법지배라는 점에서 롯데그룹이나 삼성그룹이나 똑같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사업에서 규정을 고쳐가며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불법을 저질러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에 대한 특별사면이 국가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30대 그룹의 주가상승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재벌 총수가 감옥에 있거나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SK그룹이나 CJ그룹, 한화그룹의 주가상승률이 크게 높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의 분석에 따르면 2011년 말부터 2014년 말까지 10대 재벌기업의 주가상승률은 한진그룹이 36.3%로 가장 높았고 SK그룹(33.3%), 한화그룹(31.1%), GS그룹(21.8%), CJ그룹(21.2%), 삼성그룹(13.6%), LG그룹(7.4%), 롯데그룹(1.0%), 태광그룹(-6.7%), 현대차그룹 (-7.6%)등의 순이었다.
박 의원은 “황제경영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이 낮은 반면 재벌총수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문경영을 하는 기업들의 주가상승률이 높은 것을 보면 광복절 사면에 재벌총수가 포함돼야 기업경영이 잘 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재벌 개혁과 관련한 입법에 주력해 왔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논란에 이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의원은 3일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회사가 자사주를 처분하는 경우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보유하던 자사주를 KCC에 매각한 점을 놓고 회사 공동의 재산인 자사주를 특정주주의 우호세력에게 매각하는 데 대해 공정성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 법안은 다만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제3자에게 자사주를 처분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