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준 하나은행장의 거취를 놓고 금융당국과 하나금융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김 행장에 대한 징계 내용을 공개하는 등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수장이 징계를 받아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는 입장이다.
|
|
|
▲ 김종준 하나은행장 |
하지만 하나금융은 김 행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면 될 일이고 민간 금융사의 인사에 금융당국이 일일이 간섭해서는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은 22일 홈페이지에 김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을 공시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제재내용을 일정보다 앞당겨 공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제재내용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공개된다.
금융권은 이런 금감원의 태도를 놓고 김 행장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김 행장이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145억 원을 투자해 59억5200만 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김 행장이 중징계를 받은 만큼 자진사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의 관례도 그랬다.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은 1조6천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2009년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받고 KB금융지주 회장에서 물러났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2010년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과 관련 중징계를 받은 후 임기를 3개 월여 앞두고 사임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김종준 행장이 임기 만료까지 은행장 직무를 수행한다"며 “이런 결정은 대내외의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 자칫 경영공백이 조직의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내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김 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그러자 금감원은 징계내용 조기공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김 행장이 징계 이후에도 ‘정당한 투자를 했다’고 말한 데 대해 금융당국이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인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김 행장이 떳떳하다고 말해 금융시장에 오해가 없도록 제재내용을 조기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김 행장의 이런 발언과 함께 임기를 마치겠다는 결정이 징계를 부정하고 금융당국에 맞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
|
|
|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
하나금융은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번 입장 발표와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감원이 너무 과도하게 민간은행의 인사에 간섭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내고 있다.
중징계를 받았다고 해도 당장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재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영환경을 고려해 임기를 마치기로 했는데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관치금융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내부에서 금융당국이 김 행장을 통해 김승유 전 회장을 압박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전 회장이 완전히 하나금융에서 손을 떼도록 못박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승유 전 회장은 "나에 대한 징계는 어차피 처음부터 (금감원)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놔뒀다"면서 "그러나 행장까지 그렇게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