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기자 junyoung@businesspost.co.kr2019-09-01 15: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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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파생결합증권 사태’에 발목잡혀 애국마케팅을 내세운 펀드 출시 행렬에 동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뒤로 이 펀드의 판매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 우리금융그룹 로고와 하나금융그룹 로고.
이 펀드는 14일 출시된 이후 26일까지 개인투자자 기준 펀드 설정액이 2억5600만 원에 그쳤는데 문 대통령이 이 펀드에 가입한 뒤 이틀 만에 16억 원으로 늘었다.
현재 개인투자자의 설정액은 100억 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승코리아 펀드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로 피해를 받는 국내 소재 및 부품기업 주식에 주로 투자하고 이에 따른 수익 일부를 해당 기업에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든 펀드다.
애국마케팅에 힘입어 해당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KB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비슷한 유형의 상품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계열의 자산운용사는 최근 문제가 불거진 ‘파생결합증권 사태’에 발목잡혀 새 펀드상품을 놓고 선뜻 출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계열의 자산운용사가 만든 펀드상품은 해당 은행에서 대부분 판매되거나 마케팅에 활용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필승코리아 상품 역시 '농협'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업고 농협금융 계열사의 임직원들이 펀드에 가입하며 홍보에 힘을 쏟기도 했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위험성이 높은 파생상품인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위험성을 적절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완전판매’ 의혹을 받고 있다.
두 은행 지점에서 파생상품에 가입했다가 영국과 독일 국채금리 급락에 따라 원금 일부 또는 전부를 잃을 위기에 처한 투자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자산운용이나 하나UBS자산운용 등이 판매사인 은행과 손잡고 펀드 판매를 늘려보겠다며 애국마케팅 행렬에 동참한다면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또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사실상 펀드 수익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두 금융그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애국마케팅을 등에 업는 펀드의 특성상 국내 소재 및 부품기업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데 국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수익률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존 고객들로부터 펀드 손실을 놓고 질타를 받아온 상황에서 선뜻 상품 판매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자산운용이나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국내 부품 및 소재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상품 출시를 고려한다는 것은 그만큼 ‘애국마케팅’ 효과가 강력하다는 의미”라며 “실제 은행 수익에 미칠 영향이 많지 않더라도 애국마케팅 효과가 큰 만큼 우리금융과 하나금융 계열의 자산운용사는 이번 ‘파생결합증권 사태’가 상당히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