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 배곧에 서울대학교병원 분원 설립이 추진되자 서울시와 과천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서울대병원 유치에 뛰어들었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오산분원 설립의 무산 경험이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시흥 분원 추진에 과천과 서울도 유치 뛰어들어

▲ 서울대병원 본관.


9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하반기 안으로 경기도 시흥 배곧에 서울대병원 분원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수립되고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 등 행정절차가 추진된다.

새 분원은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 예정지에 들어선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6월 취임 직후 조영민 내분비내과 교수를 서울대병원 배곧캠퍼스 설립추진단장으로 임명하고 분원 설립을 위한 본격적 준비에 들어갔다.

예비 타당성 승인을 얻은 뒤 추가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라 아직 사업의 구체적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

분당 서울대병원에 이어 25년 만에 분원 설립이 이뤄지는 만큼 서울대병원은 새 병원의 정체성과 특성을 확립하는데 힘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당시 ‘노인의료’에 초점을 맞추고 설립됐다. 그 뒤 노인의료 관련 연구와 정책수립에 많은 기여를 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분당서울대병원이 ‘노인의료’ 콘셉트로 출발했던 만큼 배곧 새병원도 확실한 지향점을 설정할 것”이라며 “배곧지역의 인구, 질병률 등 전반적 상황을 감안해 정체성을 수립하고 강점과 약점을 감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대병원은 과거 오산에 분원 설립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2008년 오산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산시 삼미동 일대 종합의료시설터에 분원 설립을 추진했다. 건축비용은 병원이 부담하고 토지와 기반시설은 오산시가 맡기로 했다.

오산시는 서울대병원 분원 유치를 위해 삼미동 일대 토지 12만3521㎡를 516억8700만 원에 매입했는데 추진이 늦춰지면서 해마다 이자 32억 원가량을 부담해야 했다.

서울대병원이 3천억 원가량의 건축비용을 오산시에 추가로 요청했고 오산시가 건축비용 지원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서울대병원은 병원 설립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서울대병원, 서울대, 시흥시, 배곧신도시특성화타운 등 4자 사이 맺은 서울대병원 분원 설립 협약서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음을 명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시흥시가 움직이자 서울시와 과천시 등도 서울대병원 유치에 뛰어들었다.

김종천 과천시장은 7월24일 오세정 서울대총장을 만나 서울대병원 분원 유치의견을 전달했다.

김 시장은 “과천은 고급 연구인력, 의료인력 확보에 유리하고 서울대병원과 연계한 의료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조성에 최적지”라며 “위치적으로도 강점을 갖춘 과천에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관인 서울대병원 유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과천시는 정부과천청사와 과천 3기 신도시 자족용지를 활용해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대병원 본원 이전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대병원 본원을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지하철 4호선 창동차량기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서울대에 제안했다.

창동차량기지 부지는 17만9578m²로 현재 서울대병원이 있는 종로구 연건동 부지 10만4752m²보다 훨씬 넓다.

박 시장은 창동차량기지 부지를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임대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동차량기지는 2024년까지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으로 이전될 것으로 확정됐다. 

박 시장은 창동차량기지가 떠난 부지에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의료·바이오기업들을 유치해 첨단 의료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만 1907년 대한의원이 현재 서울대병원 연건동 부지에 문을 연 뒤 100년 넘게 병원이 운영된 만큼 ‘연건동’이라는 정통성과 상징성도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