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계열사들의 서글픈 운명  
▲ 강덕수 전 STX 회장이 4일 검찰 소환조사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강덕수 회장 전성기에 STX그룹은 국내 5개의 상장사를 보유했다. 해외법인과 자회사를 모두 포함하면 무려 12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지난해 STX의 주요 계열사들이 채권단 관리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STX그룹은 해체됐다. 재계 10위권 도약까지도 노리던 STX그룹의 그 많던 계열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STX, 종합상사로 변경 새출발

STX는 STX그룹의 시작점이다. 강 회장이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2001년 STX를 세웠다. STX는 인수합병을 통해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STX에너지 등을 거느린 사실상의 지주회사였다.

그러나 계열사들이 무너지면서 STX는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강 회장은 지난해 그룹 관리를 담당하는 관리부문을 내려놓고 종합상사로서 STX를 단독생존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에너지사업 ▲원자재수출입 ▲기계엔진 ▲해운물류서비스의 4대 비즈니스 축을 확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7년까지 옛 STX그룹 계열사 외 외부거래 비중도 현재 65%에서 96%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지난 2월 STX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서충일 전 STX 고문이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STX는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지만 지난달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자본전액잠식 해소 사실을 입증해 상장사로서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 STX조선해양 상장폐지 굴욕

STX조선해양은 STX그룹 설립 직후인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해 세운 회사다. 이후 STX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그룹을 견인해 왔다. 2006년 수주 잔량 세계 6위에 올랐고 2008년 매출이 15조 원에 육박했다. STX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부럽지 않은 대형 조선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로 인한 조선업 불황은 여지없이 STX조선해양을 덮쳤다. 유동성 위기가 터지면서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4월 그룹에서 가장 먼저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그룹의 중심축인 STX조선해양이 흔들리자 여파는 타 계열사들까지 미쳤고 줄줄이 채권단관리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총 4조5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았다. 이 과정에서 STX조선해양 경영권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넘어갔다. 산업은행은 강 회장의 사퇴를 종용해 강 회장은 9월 STX조선해양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채권단 자금 수혈도 STX조선해양을 회복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STX조선해양은 자본금 완전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고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14일까지 정리매매 후 15일 상장폐지된다. 11년 만의 상장폐지다. 한때 30만원 가까이 올랐던 주가는 400원까지 떨어졌다.

◆ STX팬오션, STX떼고 새주인 찾아 나서

STX그룹은 2004년 범양상선을 인수해 STX팬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그룹의 또 다른 성장 축으로 삼았다. STX팬오션은 벌크선 부문 국내 1위로 해운업계의 강자였다. 2008년 한때 매출 10조 원, 순이익 6천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해운업계 침체로 STX팬오션은 2010년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2011년 123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고 2013년 순손실이 2288억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8%에서 1925%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STX팬오션의 실적 악화로 STX그룹은 2012년 STX팬오션 공개매각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주인을 찾지 못한 STX팬오션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지난해 12월 STX그룹에서 독립했다. 이름도 팬오션으로 변경했다.

팬오션은 현재 인수대상자를 찾고 있다. 여전히 벌크선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등이 인수에 나설 것이란 말이 나온다.

◆ STX에너지, GS에 넘어가 GS E&R로 변경

STX에너지는 2002년 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반월열병합발전소와 구미열병합발전소를 인수했다. 생산한 전력을 한전에 매각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유통, 해외 자원 개발 등의 분야에 진출했다.

STX에너지는 2012년 매출 1조2873억 원, 영업이익 877억 원을 올린 알짜 계열사였다. 그러나 STX그룹은 유동성 확보 목적으로 STX에너지 지분을 오릭스에 넘겼다. 2013년 STX에너지 지분 96.3%를 확보한 오릭스는 반년 만에 GS-LG 컨소시엄에 지분 약 72%를 매각했다. STX에너지 거래를 통해 오릭스는 30%의 수익률을 올렸다.

GS는 STX에너지의 이름을 GS E&R로 변경하고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STX전력은 GS동해전력으로, STX솔라는 E&R솔라로 이름을 바꿨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STX중공업과 STX엔진, 채권단 관리와 법정관리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지난해 9월 자율협약 체결로 채권단 관리 중이다. 완전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는 면했지만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STX건설은 지난해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가 10월 회생 계획 인가를 받았다.

노르웨이 아커조선소 등 유럽 내 STX계열사로 2008년 통합 출범한 STX유럽과 중국 다롄에 1조5천억 원을 투자해 세운 STX다롄은 매각 추진 중이다. STX유럽은 현재 실사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6월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STX다롄은 지난해 4월부터 가동이 중단돼 사실상 폐업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