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성수기 실적 개선에 한일관계 악화라는 악재에 직면했지만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1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여행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 하나투어 김진국 대표이사 사장과 유인태 모두투어 사장.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미 예약돼있는 일본여행을 취소까지 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일본여행상품 예약률은 성수기 평균 예약률의 50%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 관계자 역시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한 첫 주에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는데 둘째 주부터 예약률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현재 일본여행상품 예약률은 평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여행사는 지난해 하반기 연이어 일본을 강타한 자연재해로 일본여행 수요가 부진하면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올해 하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일본여행 수요가 반등할 것을 기대했지만 한일관계 악화로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효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18년 6월부터 발생한 일본 지진으로 투자자들은 올해 하반기 기저효과를 기대해왔다”며 “현재 의미있는 예약률 반등이 보이지 않고 있고 일본여행 보이콧 선언 등은 부담을 오히려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주가는 1일 종가 기준 5만1600원이었으나 17일 종가 기준 4만3600원으로 15.5% 하락했다. 모두투어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만350원에서 1만7050원으로 16.2% 떨어졌다.
문제는 일본여행 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여행사들은 여행상품을 구성할 때 여행사 단독으로 모든 계획을 짜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관광청, 현지 투어업체, 항공사 등 등 수많은 단체들과 협의를 거친다.
이런 이유로 특정 지역의 여행 수요가 일시적으로 급감했다고 해서 그 지역의 여행상품 수를 줄이거나 프로모션을 축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여행사들은 현재 일본여행 계획을 취소하거나 여행계획과 관련된 문의를 하는 고객들에게 일본이 아닌 대체 여행지를 안내해주는 등 소극적 방법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일본 홋카이도 관광을 원하던 고객에게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키나와 관광을 원하던 고객에게는 괌이나 사이판 여행을 권하는 등 대체 여행지를 안내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사실 여행사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여행 기피심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 노선 부진이 올해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행 수요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연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 여행 보이콧이 장기화된다면 자연스럽게 여행상품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며 여행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한쪽에서 나온다.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여행 보이콧이 길어진다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일본이 아닌 다른 여행지로 옮겨갈 것”이라며 “중국의 사드보복이 본격화됐을 때처럼 항공사들이 항공노선을 조정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에 따라 여행사들의 여행상품 포트폴리오도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