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현대차' 추구하는 정진행 사장  
▲ 정진행 사장이 지난해 3월 서강대 유기풍 총장 취임식에서 학부모 대표로 축사를 하고 있다. 아들 정태영 씨(경영학과 1년)도 서강대 동문이다 <뉴시스>

안티 현대차에 맞설 수 있는 현대차의 주역 중 한명이 정진행(60) 사장이다.
 
정 사장은 현대차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대외활동이 활발하다.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김덕중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 자리에도 참석했고, 지난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 실천계획 발표대회’에도 자리를 지켰다. 정 사장은 또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4번이나 박근혜 대통령과 해외순방 길에 올랐다.

정 사장은 현대차 안팎에서 안티 현대차의 과제를 해결할 삼두마차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김충호 사장이 국내 판매를, 윤갑한 사장이 생산을 담당한다면 정 사장은 전략을 맡으면서 현대차의 ‘얼굴’ 역할도 한다.

정 사장은 흔히 김용환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닮은꼴로 비교된다. 김 부회장은 해외영업을 거쳐 현대차 기획조정실 사장을 맡아 현대차의 안살림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부회장에 올랐다. 정 사장도 김 부회장과 똑같이 해외영업을 거쳐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부사장과 사장이 됐다.

김 부회장이 ‘은둔형’인 반면, 정 사장은 적극적으로 현대차의 얼굴 역할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190만 대를 비롯해 국내에서도 16만 대를 리콜한 일이 있다. 정몽구 회장이 강조한 품질경영이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다.
 
정 사장은 당시 30대 그룹 사장단 창조경영 간담회에 참석했다 기자들을 만나 “아직까지 리콜사태 해결을 위한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빨리 수습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정 사장이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2010년 현대건설 인수 때라고 알려진다. 그는 현대건설 인수합병을 위한 태스크포트팀(TF)에 참여해 실무를 총괄했다. 현대건설 인수는 정 회장이 현대의 적통을 과시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때 김용환 부회장이 매일 회의를 열어 방향을 제시했다면 정 사장은 실무를 총괄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을 제치고 현대건설을 품에 안는 과정에서 정 사장의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 사장은 당시 청와대에 있던 정진석 정무수석과 사촌관계다. 보통 국내에서 실시되는 1조 원대 이상의 대형 인수합병은 매각공고가 나고 양해각서 체결까지 7개 월에서 10개 월이 걸린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2개 월만에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정 사장이 2011년 김용환 부회장의 뒤를 이어 기획조정실 사장이 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 인수의 공을 인정받은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정 사장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했다. 그는 특히 서강대와 인연이 깊다. 2012년에 자랑스러운 서강 경영인상을 받았다. 그의 아들도 서강대에 재학중이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 학부모 대표로 서강대 유기풍 총장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서강대 출신이다. 정 사장은 재계의 서강대 인맥 대표주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정 사장은 현대차가 차만 잘 파는 기업이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존경이라는 가치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는 2008 대한민국 사회공헌 CEO 포럼에서 "글로벌 사회공헌 확대를 위해 진출 국가의 실정에 맞는 사회책임 활동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실행할 조직인 대륙별 사회공헌 책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까지 미국 포춘의 존경받는 기업중 자동차 분야에서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정 사장의 이런 말은 현실이 됐다. 2011년 세계에서 존경받는 자동차 기업 순위 4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전 세계 약 1400개 기업들을 놓고 투자가치부터 사회적 책임에 이르기까지 총 9개 기준에 따라 전문가 4100여 명이 설문에 참여해 나온 포춘의 조사결과였다. 포춘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지로 존경받는 기업순위와 포춘 500 기업 등을 조사발표하고 있다.

정 사장은 사회와 소통을 강조한다. 20대 청년들을 위한 에세이북 ‘내가 사랑한 여자, 내가 사랑한 남자’를 발행해 2만 권을 무료로 증정하기도 했다. 이 에세이북에 김진만 방송PD, 최재천 생물학자, 박정자 연극배우 등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8월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대학생들과 좀더 가까워지기 위해 별도로 하늘색 재킷을 챙겨 입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호응도가 좋으면 이런 토크 콘서트를 정례화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의 이런 행보는 안티 현대차를 잠재우려는 노력과 일맥 상통한다. 특히 차를 잘 파는 기업이 아니라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안티 현대차를 ‘친 현대차’로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물론 그 전제는 차를 잘 파는 기업이 아니라 좋은 차를 만드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안티 현대차는 어찌보면 좋은 차를 만들어 달라는 강력한 바람일 수도 있다. 현대차 전략기획 담당인 정 사장에게 주목하는 것도 이런 바람을 현대차 안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현대차 주식을 6천 주 보유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과 비슷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