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회사들의 기대와 달리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비우호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가 중국에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운영을 중단하면서 펄어비스와 웹젠, 위메이드 등 판호를 애타게 기다려온 한국 게임회사들의 기대감에도 찬물이 끼얹어질 수 있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허가를 말한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판호 발급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촉발된 ‘한한령’은 계속해서 한국 게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판호를 발급한 뒤 한국 게임회사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했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게임 서비스를 허가하지 않은 일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8일 중국 거대 정보통신기술기업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운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펍지와 함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제작하고 2018년 2월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1년 넘게 판호가 발급되지 않자 결국 서비스를 종료한 것으로 파악된다.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판호를 받지 못한 탓에 시범운영 형식으로 게임을 운영해왔다. 판호가 없으면 게임 내 결제도 불가능해 게임물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펍지는 텐센트와 함께 PC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판호 발급도 신청해뒀는데 중국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게임을 내놓기 위해서는 현지 배급회사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반면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의 판호를 기다릴 필요없이 다른 게임을 출시하면 된다. 텐센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대신해서 같은 장르 게임 ‘화평정영’을 내놨다. 화평정영은 이미 판호를 받았다.
펍지 관계자는 PC게임 배틀그라운드 판호 발급과 관련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펍지뿐 아니라 펄어비스와 웹젠, 위메이드 등 40조 원 규모의 중국 게임시장에 진출을 꾀하는 게임회사들도 당분간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가 흥행 게임의 운영을 중단한 것은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비우호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4월 판호 발급목록에 NHN플레이아트(NHN 자회사)와 드왕고가 제작한 ‘콤파스’와 란투코리아의 ‘크레용 신찬 링크 게임’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 게임회사들에 판호가 풀리기 시작했다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게임들은 한국 게임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NHN플레이아트와 드왕고는 모두 일본 회사이며 란투코리아는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룽투코리아(중국 룽투네트워크테크놀로지의 자회사)가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판호를 받은 게임들이 일본 개발사를 포함해 한국 게임회사에 판호가 발급되기 시작했다고 해석하기 섣부르다”고 바라봤다.
위메이드, 펄어비스, 웹젠 등 국내 게임회사들이 판호를 얻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은 최근까지도 매우 큰 것으로 보이지만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8일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적자를 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6.2% 뛰었다. 중국에서 ‘미르’ 지식재산권의 활용 가능성에 힘이 실린 것이다.
펄어비스는 3월28일 중국 주요 게임회사와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 모바일’ 배급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펄어비스 주가는 7.2% 급등했다.
웹젠도 ‘뮤’ 지식재산권에 기반한 게임 3종의 판호가 발급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증권가는 4월 판호 발급 목록이 공개되자 웹젠 게임들도 조만간 판호를 받고 게임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