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검찰-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강대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관계자들을 고발했는데 증거자료를 첨부해 29일 추가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상정 놓고 여야 대치 심화, 맞고발 예고전도 이어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앞줄)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패스트트랙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회의질서를 방해하는 자유한국당 당직자와 보좌진을 예외 없이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26일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 20명을 국회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의안과를 점거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의 국회 제출을 몸으로 막은 데 따른 조치다. 

그러자 한국당은 27일 국회에서 한국당 의원과 보좌진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홍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6명과 여영국 정의당 의원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이를 놓고 홍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나를 비롯한 민주당 당직자 일부를 고발했는데 과거처럼 여야가 서로 고발하고 유야무야 끝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패스트트랙 절차가 끝나면 나부터 검찰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도 28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의당 차원에서 29일 한국당 의원들을 고발하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당 의원이 모두 고발돼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불법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 연좌시위를 한 만큼 법적으로 분명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패스트트랙 상정을 저지했을 뿐 의회를 지켰고 이는 헌법에서 인정한 최후의 저항”이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결정하면 모두 따라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상정 자체와 관련해서도 주말 내내 ‘비상대기’ 상태를 이어가면서 대립하고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을 ‘기습 상정’할 가능성에 대비해 의원 102명으로 구성된 비상대기조를 운영하고 있다. 의원들이 4개 조로 나뉘어 선거법 개정안을 심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의 출입구를 번갈아 지키고 있다.

민주당도 소속 의원들을 4개 조로 나눠 맞대응에 나섰다. 특히 패스트트랙 법안을 심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주말 내내 국회 근처에서 대기하도록 조치하면서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패스트트랙' 상정 놓고 여야 대치 심화, 맞고발 예고전도 이어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홍 원내대표는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법안을 상정할 사법개혁특별위 회의를 28일에 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은 못 하겠다”고 대답했다. 심상정 의원도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정치개혁특별위 회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하면 민주당 등은 29일부터 정치개혁특별위와 사법개혁특별위 회의를 여는 방안을 다시 시도하면서 한국당과 맞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상정을 놓고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어 정치개혁특별위와 사법개혁특별위 회의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승민 미래당 의원(미래당 전 공동대표)은 2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손학규 미래당 대표와 김관영 미래당 원내대표는 사법개혁특별위 소속 의원들의 사보임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김관영 원내대표는 사법개혁특별위 소속 권은희·오신환 의원을 임재훈·채이배 의원으로 바꾸는 사보임 인사를 결정했다. 권은희·오신환 의원은 공수처 설치법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