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33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시스템반도체 글로벌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초반부터 주도하며 기틀을 잡은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25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중장기 투자계획 발표는 본격적 시장 진출을 위한 '도전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아직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한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에 73조 원, 시설 투자에 60조 원을 들여 세계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중장기 투자계획과 목표를 내놓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올린 연간 매출은 12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의 지난해 매출이 76조 원, 브로드컴 매출이 19조 원, 퀄컴 매출이 18조 원 정도로 추정되는 점과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목표는 상당히 공격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김기남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은 성과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결정을 이끈 중요한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4년부터 삼성전자의 반도체총괄과 시스템LSI사업부장을 겸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스템반도체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반을 닦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는 한때 개발 중단이 검토되었을 정도로 사업성이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김 부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기술 발전에 더 힘을 실었다.
결국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현재 선두기업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성능면에서 거의 따라잡았고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웨어러블기기에도 적용되며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핵심 공정으로 자리잡은 14나노 미세공정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도 삼성전자가 김 부회장체제에서 이뤄낸 중요한 성과다.
삼성전자는 14나노 공정을 활용해 애플과 퀄컴의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수주하면서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세계 위탁생산시장에서 단숨에 선두기업으로 떠올랐다.
이후 삼성전자는 10나노와 8나노, EUV(극자외선)기술을 활용한 7나노와 5나노 미세공정 개발에 모두 가장 먼저 성공하면서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더욱 굳혔다.
삼성전자가 퀄컴과 TSMC 등 시스템반도체 선두기업과 비교해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연구개발과 생산투자에 막대한 돈을 들이더라도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그동안 꾸준히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기술력 확보와 사업영역 확대에 주력해온 만큼 대규모 투자의 효과가 시장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부회장은 2016년 열린 반도체협회 행사에서 "현재 100%의 에너지를 시스템반도체에 쏟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에서 큰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2017년 조직개편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설계부서와 위탁생산부서로 분리한 것도 본격적으로 시스템반도체사업의 규모를 키우기 위한 노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를 향한 김 부회장의 선구적 안목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김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투자에 삼성전자의 강력한 지원을 얻게 된 만큼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시스템반도체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은 스마트폰용 프로세서와 5G 통신반도체, 이미지센서와 반도체 위탁생산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반도체와 자동차용 프로세서, 그래픽반도체 등을 모두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상용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서버용 프로세서와 같은 분야로 영역을 넓힐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규모 투자계획을 초반부터 조율하고 실행하게 될 김 부회장의 역할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인텔과 퀄컴 등 반도체기업과 더 치열한 경쟁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