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합의 도출에 애를 먹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번 사안에서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실효성에 타격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경영계와 노동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문 위원장은 3월 말까지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노사합의를 이끌어낼 목표를 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경제사회노동위 아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회의 자체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쟁점은 경제사회노동위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에 경영계의 요구사항까지 더한 노사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2개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 2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이 협약들이 비준되면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노조를 조직할 수 있고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길이 열린다.
이에 대응해 경영계는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파업시 대체근로의 인정,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완화,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연장, 쟁의 찬반투표의 절차 명확화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사항 대다수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파업시 대체근로의 인정 등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과 무관하고 이 정책을 채택한 나라의 수도 많지 않아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박수근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장도 경영계의 요구 일부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8일 간담회에서 “개인적 의견이지만 경영계가 핵심협약 비준과 직결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운 파업 때 대체노동의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완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박 위원장의 발언에 곧장 반발하면서 경제사회노동위를 통한 노사 논의 역시 사실상 멈추게 됐다.
경총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은 국가의 중대 사안인 만큼 경영계가 제기한 주요 핵심의제도 같은 선상에서 협의할 문제”라며 “파업시 대체노동의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완화 등의 경영권 방어장치도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압박을 고려하면 경제사회노동위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 문제를 협의할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유럽연합은 우리나라가 4월9일까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에 성과를 못 내면 전문가 패널에 회부하겠다고 알렸다. 이 절차를 마칠 때까지 핵심협약 비준이 안 되면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노동조항을 어기게 되면서 다른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고려해 문 위원장은 3월 말까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이 합의되지 않으면 국회에 사안을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을 최종적으로 맡게 되면 ‘경제사회노동위 무용론’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경제사회노동위는 이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 문제를 놓고 본위원회 파행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까지 국회의 몫으로 미루면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으로선 경제사회노동위를 아예 해체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문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사의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하고 서로 주고받는 기본질서도 필요한데 (우리는) 양극화나 격차를 논의하기에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도입 등은 사회적 합의 없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경제사회노동위라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사회노동위 자체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의 장으로서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기업과 노조 위주의 협의에서 벗어나 더욱 광범위한 대상을 포괄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번 사안에서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실효성에 타격을 더욱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22일 경영계와 노동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문 위원장은 3월 말까지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싼 노사합의를 이끌어낼 목표를 세웠지만 실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경제사회노동위 아래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회의 자체가 제대로 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쟁점은 경제사회노동위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에 경영계의 요구사항까지 더한 노사합의안을 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2개와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 2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이 협약들이 비준되면 특수고용직 노동자도 노조를 조직할 수 있고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길이 열린다.
이에 대응해 경영계는 기업의 방어권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협약 비준과 함께 파업시 대체근로의 인정,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완화,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연장, 쟁의 찬반투표의 절차 명확화 등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사항 대다수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파업시 대체근로의 인정 등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과 무관하고 이 정책을 채택한 나라의 수도 많지 않아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박수근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위원장도 경영계의 요구 일부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18일 간담회에서 “개인적 의견이지만 경영계가 핵심협약 비준과 직결되지 않고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운 파업 때 대체노동의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완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박 위원장의 발언에 곧장 반발하면서 경제사회노동위를 통한 노사 논의 역시 사실상 멈추게 됐다.
경총 관계자는 “국제노동기구의 핵심협약은 국가의 중대 사안인 만큼 경영계가 제기한 주요 핵심의제도 같은 선상에서 협의할 문제”라며 “파업시 대체노동의 허용과 부당노동행위 규제의 완화 등의 경영권 방어장치도 제대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압박을 고려하면 경제사회노동위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 문제를 협의할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유럽연합은 우리나라가 4월9일까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에 성과를 못 내면 전문가 패널에 회부하겠다고 알렸다. 이 절차를 마칠 때까지 핵심협약 비준이 안 되면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에 명시된 노동조항을 어기게 되면서 다른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를 고려해 문 위원장은 3월 말까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이 합의되지 않으면 국회에 사안을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가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을 최종적으로 맡게 되면 ‘경제사회노동위 무용론’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경제사회노동위는 이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확대 문제를 놓고 본위원회 파행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의 비준까지 국회의 몫으로 미루면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입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으로선 경제사회노동위를 아예 해체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문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사의 신뢰가 바탕에 깔려야 하고 서로 주고받는 기본질서도 필요한데 (우리는) 양극화나 격차를 논의하기에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문 위원장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도입 등은 사회적 합의 없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경제사회노동위라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사회노동위 자체는 사회적 대화와 합의의 장으로서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기업과 노조 위주의 협의에서 벗어나 더욱 광범위한 대상을 포괄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