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을까?
5일 하나금융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함 행장이 3월 행장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하나금융지주 경영관리담당 부회장은 올해 말까지 유지한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2016년
함영주 행장과 김병호 부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요직’으로 떠올랐다.
함 행장이 지난해 말 지주 부회장을 연임하게 되자 금융권에서는 행장 연임도 확정됐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함 행장은 은행장에서는 물러나지만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유지하기로 하면서 2021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시선도 떠오르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21년 3월 임기를 마친다. 김 회장은 1952년 생으로 2021년이면 만 69세에 이르러 연임이 사실상 어렵다. 하나금융그룹의 지배구조 규범은 만 70세 이상의 이사는 연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 행장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채용비리 재판에서 혐의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면 2021년에는 시기상 충분히 다음 회장에 도전해볼만 한 셈이다.
더욱이 함 행장을 제외하면 내부에서 다음 회장후보가 아직은 뚜렷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회장후보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나 핵심 부문장으로 구성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런데 새 행장이 될 지성규 부행장이나 하나카드 대표이사를 맡을 장경훈 KEB하나은행 부행장은 1963년 생으로 나이가 젊은 편이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은 외부 출신인 데다 은행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정태 회장이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몇 년씩 은행장을 맡으며 경험을 쌓아왔다.
함 행장은 용퇴를 결정하면서 다수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줄곧 ‘조직을 위한 길’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김 회장을 두고는 “이번 결정은 김 회장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며 “조직을 위해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함 행장이 더이상 ‘행장 현직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회장후보에 도전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행장이 자연스럽게 회장에 오르는 승계구도가 자리잡고 있는 데다 다음 회장을 뽑는 2021년까지 아직 2년여 가까이 남은 만큼 새롭게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 행장은 그룹 안팎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데다 이번 용퇴로 그룹을 위해 희생했다는 이미지도 얻게 됐다”며 “채용비리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행보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