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호출 서비스시장에서 SK텔레콤 '티맵택시'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데 이어 택시업계 자체 서비스와도 경쟁을 펼치게 됐다.

티원모빌리티는 12일 자체 택시호출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티원택시’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했다. 티원모빌리티는 10일 동안의 시범 운영기간을 거쳐 22일 티원택시앱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업계 호출앱 등장에도 '카카오T' 독주할까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승차공유) 서비스 도입 문제를 두고 택시기사들 사이에서 ‘반카카오’ 정서가 극심해진 가운데 택시업계가 자체 택시호출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티원모빌리티는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택시단체가 5%씩 출자한 스타트업이다.

티원택시는 ‘착한 택시’를 전면에 내세웠다. ‘승차거부’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식의 택시호출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승차거부는 택시 서비스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티원택시는 이용자가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 택시를 호출하는 ‘원터치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택시기사들이 목적지를 보고 호출을 거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티원택시앱 이용자가 원터치콜로 택시를 호출하면 이용자와 가까운 거리의 택시기사들에게 거리순으로 알림이 간다. 물론 원터치콜로 택시가 배차되지 않으면 이용자는 목적지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택시를 부를 수도 있다.

카카오T 택시 등 현재 운영되고 있는 택시호출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려면 목적지를 입력해야 한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티원모빌리티가 1월 티원택시앱의 기사회원 모집을 시작한 뒤 2월10일까지 6만 명이 넘는 택시기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카풀 도입을 둘러싸고 카카오를 향한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높은 참여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티원택시가 카카오T 택시의 점유율을 빼앗아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택시기사와 택시를 이용하려는 이용자들이 같이 이용하는 택시호출 서비스 플랫폼의 특성상 택시기사들의 선택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선택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T 택시는 2018년 말 기준으로 택시호출 서비스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돈다.

SK텔레콤의 티맵택시가 대대적 개편과 할인혜택 등 본격적 마케팅에 힘입어 무섭게 몸집을 불려갈 때도 카카오T 택시는 오히려 이용자 수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SK텔레콤은 2018년 11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시기를 틈타 티맵택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본격적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2018년 10월 9만3천 명이던 월간 이용자 수(MAU)가 12월 120만 명까지 늘어났고 가입 택시기사 수도 2018년 6월 3만 명에서 2018년 말 15만 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8년 12월 카카오T 택시의 월간 이용자 수도 1천 만 명을 돌파하며 질주를 지속했다.

카카오T 택시는 가입 택시기사 수와 하루 평균 호출 수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8년 12월 카카오T 택시의 가입 기사 수는 23만 명대로 2018년 9월 22만 명보다 늘어났다. 하루 평균 호출 수도 2018년 9월 147만 콜, 10월 150만 콜, 11월 156만 콜, 12월 165만 콜로 꾸준히 증가했다.

택시 수요와 비교해 공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경쟁 플랫폼의 등장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탓이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2018년 9월20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카카오T 택시앱을 통한 택시호출 수는 약 20만5천 콜에 이르렀지만 그 가운데 배차가 이뤄진 택시 수는 약 3만7천 대에 불과했다. 같은 날 밤 11시부터 12시까지 데이터를 봐도 13만 콜가량의 택시호출에 약 4만1천 대 밖에 배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수요가 넘치는 택시호출 서비스시장의 승부는 배차 성공률을 높여 더욱 많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플랫폼으로 기울 것으로 보인다.

티원택시가 목적지를 가리는 원터치콜 방식의 서비스로 배차 성공률을 끌어올린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술력이 만만치 않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딥러닝을 토대로 한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적용해 카카오T 택시앱을 이용하는 택시기사들의 차고지와 운행 선호 지역 등 패턴을 분석해 배차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애초에 택시기사 개개인이 수락할 만한 호출을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에 더해 2018년 4월부터 배차가 잘 이뤄지지 않아 지속적으로 호출이 들어오는 콜을 수락하는 택시기사에게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인센티브로 주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통해 배차의 정확도를 높이는 등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2019년 상반기에 이런 데이터를 반영해 카카오T 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