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11일 CJ헬로의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 회장의 콘텐츠사업을 향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CJ헬로는 케이블TV와 알뜰폰사업을 하는 CJ그룹 계열사다. CJENM이 지분 53.92%를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이 CJ헬로를 매각하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CJ헬로는 연매출이 1조 원에 이르는 작지 않은 기업이지만 인터텟TV(IPTV)의 강세로 케이블TV 사업자의 설 자리는 계속 좁아졌다. 게다가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으로 알뜰폰사업의 수익성도 악화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와 같은 IPTV 사업자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케이블TV 가입자를 장기적으로 IPTV 가입자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CJ헬로를 인수할 요인은 충분하다. 따라서 이 회장은 지금이 CJ헬로를 매각하기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CJ그룹은 CJ헬로 지분을 약 1조 원에 LG유플러스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CJ그룹에 유리한 계약으로 평가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존 6천억 원 내외로 추정하던 인수 금액이 1조 원으로 상향된다면 최대 수혜는 CJENM”이라며 “약 1조6천억 원의 순차입금 구조인 CJENM은 1조 원의 현금 유입이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JENM은 자금확보를 위해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 지분도 약 20%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약 6천억 원에 이르는 규모다.
이 회장은 매각에 성공해 약 1조6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하게 되면 콘텐츠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유료방송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CJ그룹이 잘하는 콘텐츠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18년 7월 CJ오쇼핑과 CJE&M을 CJENM으로 합병하며 콘텐츠사업 강화를 통한 커머스와 미디어의 결합을 꾀할 기반을 다졌다.
CJ그룹이 인수할 국내 콘텐츠기업으로는 덱스터가 거론되고 있다.
덱스터는 김용화 감독이 설립한 국내 VFX(시각특수효과)회사다. 덱스터는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함께-인과 연’ 등의 작품을 제작하면서 국내 시각특수효과업계에서 최고로 꼽히고 있다.
CJENM은 1월11일 언론에서 나온 덱스터 인수설을 놓고 “덱스터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 및 전략적 합의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두 회사의 협력할 여지를 남겼다.
이 회장은 미국과 유럽의 콘텐츠기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마지막에 무산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동유럽 최대 홈쇼핑기업인 스튜디오모데르나 인수를 추진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스웨덴 방송·저작권 배급사인 에코라이츠를 인수했다. CJENM의 콘텐츠를 유럽에 공급하기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한 것이다.
이 회장이 미국에서 콘텐츠기업 매물을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기업과 물류기업을 인수하는 데 집중했는데 글로벌 문화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미국 콘텐츠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마친 뒤 장남인 이선호 CJ 부장과 함께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헬로 매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매각자금을 어디에 활용할지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다만 세계 1등 기업이 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CJENM은 이날 CJ헬로 지분 매각 추진설에 관한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에 “CJ헬로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및 논의하고 있다”며 “향후 구체적으로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 하겠다”고 답변했다.
LG유플러스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CJ헬로 인수를 놓고 승인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