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저스틴 우드 세계경제포럼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책임자가 이야기 나누고 있다. < KT >
28일 KT 관계자는 “황 회장이 25일 다보스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해 3월 임기 만료에 맞춰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두 번째 임기까지만 KT 회장을 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황 회장은 아현국사 화재 사건 등의 책임을 물으며 퇴진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요구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임기만료에 맞춰 퇴진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황 회장이 정치권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정해진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 전부터 언급해온 KT의 외풍 차단을 이뤄내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 회장이 이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KT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11월24일 발생한 통신대란의 수습에 황 회장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관리부실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며 청문회를 열 계획을 세웠다.
황 회장은 화재사고 책임을 물으며 사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정치권이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수습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국회 청문회에서 또 다시 알맹이 없는 답변을 이어간다면 황 회장을 향한 정치권의 사퇴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정치자금 불법후원 의혹도 여전히 황 회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경찰은 지난 17일 일 년 동안의 수사를 종결하면서 황 회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황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를 딛고 2017년 3월 KT 회장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사임설에 휘말려왔다. 하지만 황 회장은 더 이상 KT의 경영권이 외풍에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2002년 민영화된 뒤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린 탓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최고경영자들이 많다.
이용경 전 KT 사장은 2005년 3월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같은 해 8월 임기 만료에 맞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원래 “민영 초대 사장으로 연임의 전통을 만들겠다”며 연임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공모과정에서 돌연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 뒤 남중수 전 KT 사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이 바뀌는 시점과 맞물려 비리,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모두 중도 퇴진의 길을 밟았다.
황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통신 기업을 6년 동안 이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고 토로한 것을 두고 KT를 향한 외풍에 황 회장의 고단함이 묻어난다는 말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