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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제25대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취임식이 열리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국은행 별관으로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인사와 조직에 대한 개혁의지를 단단히 드러냈다. 김중수 전 총재의 개혁을 ‘재개혁’ 하겠다는 게 요지다.
이주열 신임 총재의 취임식이 1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렸다. 이 총재는 취임식에서 “내부경영 부문에서 이뤄진 개혁조치 중 긍정적인 면은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면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업무능률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드러낸 조치가 있으면 곧바로 개선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추진력이 강한 인물로 알려진 만큼 한국은행의 인사조직 개편이 이른 시일 안에 강도높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개선작업은 김중수 전임 총재가 단행한 개혁의 부작용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김중수 식’ 개혁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총재는 한은에서 부총재로 재직하면서 김 전 총재와 대립각을 세우며 사퇴했다.
김중수 전 총재는 이 총재의 취임식이 열리기 전날 열린 퇴임식에서 “기존 조직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그 조직을 변화시킬 유인을 갖기를 기대하긴 힘들다”며 “개혁이 구성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시도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은의 패쇄적 조직문화에 대해 비판이자 자신이 추진한 한은 개혁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총재는 외부 출신으로 한은의 수장을 맡아 급진적인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한은 개혁에 나섰다.
이 총재는 2012년 부총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김 전 총재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퇴임식에서 “글로벌과 개혁 흐름 속에서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 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김 전 총재의 개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총재는 당시 “60년에 걸쳐 형성돼온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총재가 과거로 회귀하자는 뜻을 비춘 것은 아니다. 이 총재 자신도 한은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개혁을 계속해 나가되 김 전 총재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식에서 “지금까지 한은이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사고체계나 업무처리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은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며 “다른 조직과 구분되는 사고와 행동유형이 있기 마련이지만 밖에서 볼 때 이런 것이 환경변화를 애써 외면하는 조직 이기주의의 한 형태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우선 인사 방침에 대해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능력을 중시해 연공 서열을 파괴하거나 외부 인사를 적극 기용하면서 전통 한은맨들로부터 불만을 샀던 김 전 총재의 인사 방침과 확연히 구별된다. 이 총재는 평판 중심의 인사를 통해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성과 개방성도 꾸준히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총재 자신이 몸 담기도 했던 조사국과 정책국 출신이 다시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사국과 정책국은 한은 내에서 엘리트 코스로 불린다. 내부 출신으로 총재 자리에 오른 이성태 전 총재도 조사국을 거쳐갔다.
이 총재는 또 조직개편과 관련해 한은의 통화정책 기능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현재 한은 조직이 통화정책 등 본연의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는지 신중히 점검해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는 금융시장부와 커뮤니케이션국 등을 놓고 조직개편에 착수할 것으로 점친다. 금융시장부의 경우 김 전 총재 시절 부로 격하됐는데 금융시장국으로 다시 격상될 가능성이 있다. 또 커뮤니케이션국을 비롯한 지역통할실, 인재개발원 등은 그 동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