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동 KBS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취임식을 하고 있다. |
“KBS는 공영방송이자 국가 기간방송으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민주주의를 지킬 책무가 있다.”
제24대 KBS 사장에 취임한 양승동 사장이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양 사장은 이를 위한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13일 미디어업계에 따르면 양 사장은 정식으로 3년의 임기를 얻게 돼 KBS 개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양 사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KBS신관 국제회의실에서 제24대 사장 취임식을 열고 “혁신에는 고통이 따른다”며 “과거의 관행과 결별하지 않으면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4월 제23대 KBS 사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전임 고대영 사장의 잔여 임기만을 수행해 임기가 8개월이었다.
짧은 임기였지만 양 사장은 의미있는 지표를 달성했다. 11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선정한 미디어어워즈에서 KBS는 JTBC에 이어 신뢰성 순위 2위에 오르며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를 회복했다.
이 외에도 KBS는 정확성, 준거성, 건전성 등 모든 항목에서 평점이 상승했다.
양 사장은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3년 안에 독보적 신뢰도와 영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지상파뿐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 경쟁력도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선다.
이를 위해 양 사장은 콘텐츠에서 승부를 보려고 한다. 양 사장은 “뛰어난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공영 미디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창의적이고 경쟁력을 갖춘 예능과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콘텐츠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를 하기로 했다. 대신 콘텐츠 제작비 외의 지출은 줄인다. 올해에만 간부들 업무추진비와 관행적 사업을 줄여 200억 원을 긴축했다.
대규모 조직개편도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장은 콘텐츠 중심으로 조직을 구축하고 직급체계도 개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직급체계 개편을 통해 경륜 있는 시니어 직원들이 적합한 업무에서 자긍심을 갖고 일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사장은 1961년생으로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공채 16기 PD로 KBS에 입사해 KBS스페셜, 추적60분, 인물현대사, 세계는 지금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국PD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KBS 다수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를 지냈다.
사원행동 활동 때문에 파면됐다가 재심을 통해 정직 처분을 받았으나 2년 동안 비제작부서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고 전 사장이 물러난 뒤 사상 처음으로 시민자문단이 KBS 사장 선임에 참여한 가운데 사장에 선임됐다.
양 사장의 앞날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당장 양 사장은 국회의 임명 동의를 얻지 못하고 사장 자리에 올랐다. 4월에도 양 사장은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해 두 번 연속 국회의 퇴짜를 먹은 셈이다. KBS는 국회의 감사대상이기 때문에 앞으로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는 10월 국정감사 때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 등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았다. 11월 진행된 인사청문회 때도 야당 의원들은 양 사장의 도덕성과 정치적 독립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끝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양 사장은 피감기관장으로서 3년 동안 매년 국정감사에 불려나와야 한다. 정치권은 고강도 경영평가와 함께 정치적 공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양 사장의 목표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양 사장과 비슷하게 개혁 성향을 띠는 최승호 MBC 사장의 행보도 양 사장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12월로 취임 1년을 맞았는데 최근 조직개편 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적잖은 진통을 겪고 있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최 사장의 해임 결의안이 올라왔다 기각된 적도 있고 소수노조인 MBC공정방송노동조합은 최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다.
그러는 사이 MBC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MBC 뉴스 시청률은 지상파 3사 중 최저 수준으로 한 때 1%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만 500억 원의 적자를 내기도 하면서 방문진 국감에서 최 사장의 경영능력이 비판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