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우전자 동부팜한농, 김준기의 마지막 보루 될까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2013년 7월1일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을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방문해 임직원들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그룹 제조계열사의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는 기업이 동부대우전자와 동부팜한농이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 제조계열사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을 비롯해 이 두 회사를 통해 제조계열사의 재건을 꾀하고 있다.

김 회장이 신년사에서 “동부그룹의 정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어떠한 역경도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뜻을 보여준 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 중남미 등 해외 신흥국가 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가전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 인사들을 앞세워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동부팜한농은 국내 농업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김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도 이곳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비료사업을 매각하고 농업자원과 동물의약품 등 바이오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 삼성맨은 동부대우전자 홀로서기 만들까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2일 이재국 경영지원실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 사장은 생활가전전문회사 리홈과 종합물류회사 CJGLS의 대표이사 출신으로 2013년 2월 동부대우전자가 출범할 때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지원그룹장, 북미경영지원팀 상무, 생활가전사업부 경영지원총괄 전무 등을 역임했다. 동부대우전자는 “글로벌시장의 장기불황과 경영환경 변화로 생길 수 있는 위험요소에 먼저 대응하기 위해 이 사장을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1월 정기인사에서 삼성전자 출신인 김재현 부사장과 안병덕 부사장을 승진시켰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에서 각각 전략유통과 관리담당 업무를 담당했다.

동부대우전자에 뿌리내린 삼성전자 출신은 이들에 그치지 않는다.

신정수 동부대우전자 영업본부총괄사장은 삼성전자 최고마케팅책임자로 지난해 9월 영입됐다. 신 사장은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호주와 태평양법인장, 북미법인장, 서남아시아총괄 영업마케팅 담당전무 등을 맡았다.

최진균 동부대우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삼성전자 출신으로 지난해 5월 취임했다. 최 부회장은 1983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26년 동안 일하며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을 역임했다.

김준기 회장은 동부대우전자에 삼성전자 DNA를 심는 데 주력했다. 반도체에 꿈을 접은 뒤 동부대우전자를 키우는 데 주력하면서 삼성전자 출신을 영입하는 데 힘을 쏟았다. 동부대우전자가 동부그룹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자산업 관련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해에도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동부대우전자는 2013년 매출 1조7582억 원, 영업이익 19억 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동부CNI가 2013년 낸 5254억 원보다 많았지만 영업이익률은 0.1%에 그쳤다.

최진균 부회장은 동부대우전자의 사업구조를 바꾸는 데 주력해 왔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취임한 뒤 “동부대우전자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바꿀 때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프리미엄가전을 확대해 동부대우전자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 시절에도 프리미엄 생활가전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냈다.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1분기 광주공장에 프리미엄가전 생산설비를 구축하려 한다. 동부대우전자는 이를 위해 1333억 원을 투자한다.

중국 톈진공장은 보급형 소형가전라인을 가동하고 광주공장에서 대형 프리미엄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려는 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프리미엄가전시장에 진출한다.

최 부회장은 동부대우전자의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중국, 멕시코,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포함한 해외생산법인을 두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시절 중남미시장에서 쌓았던 인지도를 바탕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올해 멕시코공장을 중심으로 중남미사업을 확대하고 중국시장에서 보급형 전자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특히 중국 공략을 위해 100여곳의 영업망을 확보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동부대우전자는 동부그룹 계열사 가운데도 비교적 차입금이 적다”며 “동부그룹 제조 계열사들이 줄어들어 기대했던 시너지를 내기 힘들어졌지만 독자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 동부팜한농, 김준기의 마지막 보루 될까  
▲ 최진균 동부대우전자 부회장

◆ 동부팜한농, 여전히 유동성 위기


동부팜한농은 국내 농자재시장 가운데 종자와 작물보호제 부문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이를 기반으로 올해 해외사업을 확대해 유동성 위기를 넘으려고 한다.

동부팜한농은 지난 1월 매출 785억 원을 냈다. 2014년 1월보다 매출이 200억 원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도 150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 18억 원보다 733%나 증가했다.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매출 4007억 원에 영업이익 342억 원을 내 견조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김준기 회장의 아들인 김남호 부장은 2013년 7월 처음 입사했던 동부제철에서 동부팜한농으로 회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김남호 부장은 동부팜한농 지분 29.1%를 보유한 대주주다. 누나 김주원씨도 동부팜한농 지분 26.20%를 보유했다.

동부팜한농은 4일 작물보호사업부 안에 해외사업담당 조직을 새로 만들었다. 동부팜한농은 농약이나 제초제 등 작물보호제의 해외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동부팜한농은 지난달 글로벌 농화학회사 ISK와 해외시장에서 공동으로 약품을 개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동부팜한농은 이 계약을 통해 동부팜한농에서 개발한 제초제 ‘테라도’를 해외시장에 내놓는다.

동부팜한농은 테라도로 해외 제초제시장을 공략해 5년 안에 연간 5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지난해부터 보유자산을 꾸준히 팔아 빚을 갚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화성시와 충남 당진시에 위치한 부지를 동부생명과 동부발전당진에 각각 197억 원과 160억 원에 매각했다. 음료부문 계열사인 동부팜가야 지분 94.35%도 웅진식품에 140억 원을 받고 지난해 12월 팔았다.

하지만 동부팜한농은 여전히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화공사업부 매각을 통해 곧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는 데 쓰려고 했다. 동부팜한농은 이를 위해 미국 올브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와 화공사업부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가격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동부팜한농은 최대 1200억 원을 희망했지만 올브라이트캐피탈매니지먼트 측은 저유가 등을 이유로 1천억 원에 미치지 못한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지연되면서 동부팜한농의 신용등급은 떨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0일 동부팜한농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도 5일 동부팜한농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두 단계 내렸다.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은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높으며 자산매각도 계속 늦어지고 있어 유동성이 모자랄 위험이 있다”며 “수익성 저하에 동부그룹 전체의 신용도 하락으로 자본시장의 접근성 자체가 내려간 점도 고려해 신용등급을 내렸다”고 말했다.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지난해 자산매각으로 1333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는 것이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며 “화공사업부 매각협상도 결렬된 것이 아니고 의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