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호남 지역에 2022년까지 한전공과대학교(KEPCO Tech)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최고 수준의 에너지 전문 대학교를 만드는 일이 한국전력에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우려도 높다.

17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한전공대를 세계적 에너지 기술 전문학교로 세우기 위해 학생과 교수에게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종갑, 한국전력 적자인데 '세계적 한전공대' 감당할 수 있나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계획대로라면 한전공대를 운영하는 데 한 해 600억~700억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전공대 운영비용은 한국전력 자체사업의 경상운영비에서 13.7~16% 정도를 차지한다.

한전공대 설립 중간 용역결과에 따르면 한전공대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다 합쳐 정원 1천 명에게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부 면제한다.

교수에게는 연봉으로 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연봉의 3배 정도에 이르는 4억 원 이상의 금액을 지급하고, 연구 지원금은 한국 대학 평균의 2배를 제공하기로 했다. 총장 연봉은 10억 원으로 잠정 책정됐다.

교수는 학생 10명당 1명 수준으로 100여 명을 임용하기로 해 학생 대비 교수 비율이 한국 대학 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전력의 2018년 예산 지출 계획을 보면 전체 경상운영비는 4381억100만 원이다.

한국전력 한 해 경상운영비가 2017년에는 3989억 원, 2016년에는 3646억 원이었고 그전에도 3300억 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한전공대 유지·운영비 600억~700억 원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전공대를 건립하는 비용도 모두 7천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2년 3월 개교를 하려면 앞으로 한 해 평균 2천억 원가량이 투입돼야 한다.

이에 한국전력이 2017년 4분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내내 적자를 보고 있는 데다 부채비율도 늘어나고 있어 2022년까지 한전공대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투자계획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16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은 누적부채가 114조 원이 넘고 탈원전으로 재정이 어려워질 수 있는데 한전공대까지 설립하는 것은 무리”라며 “한국전력의 기관 목적에 맞도록 교육사업이 아닌 에너지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력은 2017년 4분기 적자로 전환해 2018년 상반기 영업손실 8147억 원, 순손실 1조1691억 원을 보고 있다.

부채비율도 연결기준으로 2017년 149.1%에서 2018년 164.9%, 2019년 173.9%, 182.5%, 192%, 200.9%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한전공대 설립과 관련해 12월 말 2차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다”며 “현재 한전공대 운영·유지비나 설립비 등은 모두 추정치에 불과하고 구체적 재정 계획은 2차 연구용역 결과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한전공대 설립에 재정을 얼마나 부담할지, 다른 투자자와 협력해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할지 등은 2차 연구용역 때 제시될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한전공대 설립 중간용역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까지 계획대로 대학교를 세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 에너지기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균형발전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호남지역 관계자들과 주민들이 강력히 한전공대 설립을 요청하는 데다 청와대도 호남지역 한전공대 설립을 뒷받침하고 있어 사업이 추진력을 얻고 있다.

김 사장은 16일 국정감사에서 “에너지산업의 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에 특화한 인재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한전공대를 통해 에너지 기술을 위한 특별한 교육·학문 기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